“파리올림픽 준비해야죠.”
29일 일본 도쿄 닛폰부도칸(일본무도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유도 남자 100㎏급 결승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조구함(29·KH그룹 필룩스·세계 6위)은 귀국 후 뭘 하고 싶냐는 질문에 지체없이 이렇게 답했다. 일본 유도의 성지 부도칸에서 일본 선수와 치른 결승전, 그것도 9분35초나 진행된 ‘혈투’에서 패해 은메달에 머문 아쉬움이었다.
조구함으로선 벼르던 결승 대진이었다. 조구함은 2016 리우올림픽에 큰 기대를 안고 처음 출전했지만 훈련 중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입어 16강에서 탈락했다. 한국 유도도 ‘노골드’에 그쳤다. 일본의 간판 울프 아론(5위)은 그런 아쉬움을 만회하기 위한 결승 상대로 안성맞춤이었다.
조구함은 “대진표를 보고 울프가 올라오길 바랐다. 도쿄올림픽 결승에서 일본 선수를 만나면 올림픽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고 승리할 자신도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론은 강했다. 치열한 골든스코어(연장전) 승부에서 두 선수는 체력이 방전된 상태에서도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갔다. 누가 이겨도 납득 가능한 경기에서 조구함은 통한의 안다리 후리기를 허용해 한판패 당했다.
조구함은 2016년 부상 후 피나는 재활과 훈련을 거쳤다. 금호연 유도대표팀 감독이 “조구함은 한 번 하라고 지시하면 열 번은 하는 성실한 선수”라며 엄지를 세웠을 정도다. 2018년 세계선수권 금메달과 아시안게임 은메달, 2019년 각종 국제대회에서 5개의 메달을 휩쓸며 지난해 2월엔 세계랭킹 1위로 올라섰다.
열심히 훈련했기에 조구함은 패배에도 눈물 흘리지 않았다. 오히려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울프의 손을 들어줬다. 그는 “국가대표 선수 생활을 10년 이상 했는데 만나본 선수 중 (울프가) 제일 강했다. 저를 많이 연구하고 준비한 것 같아 패배를 인정하고 손을 들어줬다”고 했다.
17년 만에 이 체급에서 은메달을 안긴 조구함은 허리띠를 다시 조일 생각이다. 그는 “이번 은메달이 제가 파리올림픽 준비하도록 결심하게 해줬다”며 “더 열심히 해 금메달을 따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도쿄=이동환 기자 hu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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