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변화산의 예수님을 기억합니다. 아름답고 놀랍게 변화되신 예수님을 기억하며 우리의 삶이 성령으로 인해 아름답게 변화 받게 하옵소서. 변화된 모습으로 세상을 향해 선한 영향력을 끼치며 살게 하옵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하용조 목사가 2011년 7월 31일 서울 온누리교회 주일예배 설교에서 드린 마무리 기도의 원문이다. 그날 설교는 마가복음 9장 2~13절을 본문으로 ‘변화산에서 생긴 일’을 강해했다. 세상을 향한 선한 영향력을 주문하고 귀가한 다음 날 새벽 하 목사는 뇌출혈로 쓰러져 신촌 세브란스병원으로 이송돼 오전 4시 1차 수술을 받는다. 오후 또다시 뇌압이 높아져 2차 수술을 받은 하 목사는 8월 2일 오전 8시 하나님의 부르심에 순종한다. 하 목사 주치의이자 세브란스병원장을 역임한 이철 교수는 “주일예배를 끝으로 주님의 몸 된 교회를 위해 헌신하다 순교적 사역을 마감하신 것”이라고 밝혔다.
두란노가 하 목사 소천 10주기를 앞두고 출간한 ‘하용조 목사 평전’에 소개된 마지막 모습이다. ‘복음만 남긴 성령의 사람’이란 부제로 하 목사의 65년 삶을 690쪽에 걸쳐 풀어낸다. 저자인 김성영 전 성결대 총장이 먼저 하 목사와 온누리교회의 사역을 예배 설교 선교 양육 사회선교 문화사역 등으로 분야를 나눠 집중 분석하고 그 이후에야 하 목사의 개인 생애를 소개한다. 사실 발굴을 중시하는 기존 평전과는 결이 다르다. 하 목사와 온누리교회의 사역을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하 목사는 육체의 가시를 안고 사역한 목회자였다. 저자는 “20대 청춘의 날에 불청객처럼 찾아온 폐병으로 시작해 만성 간염에서 발전된 간암과 당뇨, 수없는 투석과 고혈압, 사선을 넘나드는 일곱 차례의 간암 수술을 이기며 마지막까지 십자가를 붙잡고 강단에서 복음을 토한 그의 투혼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라고 묻는다. ‘사도행전적인 바로 그 교회’의 비전을 제시한 하 목사는 그러나 “내가 아플 때마다 교회는 성장했다”고 고백했다.
하 목사에 이어 온누리교회를 섬기는 이재훈 목사는 “평전을 준비하며 ‘내가 약한 그때에 강함이라’(고후 12:10)는 사도 바울의 고백이 떠올랐다”고 했다. 하 목사 생애의 중요한 전환점은 언제나 육체의 질병이었고, 그 질병의 고비를 넘을 때마다 창의적 사역을 새롭게 출발한 것이라고 이 목사는 전했다.
하 목사는 대학 시절 폐병을 앓게 되면서 목회자의 소명을 받았고, 1976년 개척한 연예인교회를 80년 사임하고 이후 3년간 영국에서 건강 회복과 선교 훈련을 받으며 새로운 교회의 모습에 눈을 뜬다. 85년 12가정과 성경공부를 시작하며 그해 10월 온누리교회를 창립한 그는 건강 문제로 안식 기간을 보낼 때마다 성령 목회, 일본 선교, 더멋진세상 등의 새 사역을 준비했다. 이 목사는 “아픔 속에서 비전이 잉태되고, 헌신을 통해 열매를 맺었다”고 표현했다.
책에는 옥한흠 목사, 하 목사와 함께 ‘한국의 복음주의 4인방’으로 불린 홍정길 남서울은혜교회 원로목사와 이동원 지구촌교회 원로목사의 글이 나란히 실렸다. 홍 목사는 “65년 12월, 키가 큰 청년 하용조를 CCC에서 처음 만나 간사와 학생으로 매일 비전을 나눴다”고 했다. 그는 “하 목사는 꿈으로 점철된 사람”이라며 “교회 목회를 하면서도 ‘두란노서원’을 세워 꾸준히 기독교 문서를 출판했고, ‘빛과 소금’을 만들어 파라처치(선교단체) 운동에 힘썼다”고 평가했다. 이 목사는 “하 목사는 자신을 산 제물로 한국교회에 드린 성령의 사람”이라며 “제게는 실수까지도 아름다운 친구였으며, 저는 인간 하용조의 꿈에 빚진 자”라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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