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군의 이모 중사 성폭력 사건을 계기로 설정한 ‘성폭력 피해 특별 신고기간’ 중 발생한 국방부 직할부대 육군 장성(준장)의 노래방에서의 부하 여직원 성추행 사건은 가히 충격적이다. 우리 군이 과연 성폭력 자정 의지와 해결 능력이 있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지난 7일 전군주요지휘관회의에서 서욱 국방부 장관은 군내 성폭력 척결을 위해 근본적 개선책을 마련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내놓는 국방부 차원의 땜질 처방식 대책이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2013~2015년에도 각종 성범죄 관련 특단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성범죄를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실 군내 성범죄 문제는 단순히 제도나 규칙을 잘 만든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오히려 군의 기강 및 전투력 저하를 불러일으키고 더 나아가 군의 총체적 대비태세상의 취약점을 노출시키는 ‘범죄 행위’라는 인식을 군의 구성원 모두가 가질 때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이런 점을 적절히 인식해 아래의 세 가지 조치를 당장 실행에 옮길 필요가 있다.
첫째, 성범죄 해결을 위해 부대 지휘관의 지휘 통제를 받지 않는 독립적·전문적 기관(예를 들어 특별검사실)을 설립하거나, 아니면 2014년 추진했던 ‘군인권보호관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사실 군과 같은 폐쇄적 조직에서는 성범죄 피해 신고도 어렵지만 설령 해당 부대 지휘관에게 신고해도 피해자는 부대 상급자 및 동료들로부터 조직적 무마와 회유를 당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 고통은 더 가중되게 된다. 신고 라인을 2개 이상(전문기관, 국방부)으로 구축하고, 신고 이후 즉시 피해자를 가해자와 분리시키고, 상급자 및 동료들과 아예 접촉을 못하도록 해서 객관적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둘째, 군내 성추행·성폭력은 위계에 의한 것이고, 남군·여군·동성·이성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성추행·성폭력을 ‘사고’가 아닌 ‘사건’으로 간주해 강력한 처벌을 해야 한다. 사실 우리 군의 성추행·성폭력 가해자 및 은폐 가담자에 대한 처벌 수위는 높지 않다. 이는 우리 군이 그것을 일반적 사고 수준으로 인식해 접근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시로 성폭력 사건 수사와 기소 권한을 부대 지휘관으로부터 박탈하고 국방부 장관 직속 특별검사에게 넘기기로 했는데, 이는 군의 처벌 의지 자체를 믿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셋째, 장교 및 부사관은 임관 전 양성과정(사관학교, ROTC, RNTC, 일반대학 군사학과, 부사관학교 등) 때부터 성인지 교육을 정규시간에 의무적으로 반영해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군내 전문 강사 육성 및 채용 확대가 필요하다. 현 국방부 전문 강사 263명 중 225명이 군에 대한 이해도가 다소 부족한 여성강사(86%)로 구성돼 있다. 군에 대한 전반적 이해가 부족할 경우 부대별 토론식 심층 교육이 불가능해 단순 사고 사례 위주의 성인지 교육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 전문강사와 법무, 군사경찰의 협업을 통한 방식이 맞춤형 교육 효과 측면에서 더 나은 결과를 산출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사실 군내 성추행·성폭력 문제와 관련해 국민을 분노케 하는 것은 군에서 예방교육을 못 시켰다는 것보다는 사건 처리 방식에 있다. 군 스스로 성범죄 사건에 적극 대응하기보다는 온정적 차원의 솜방망이 처벌을 주로 내리는 경향이 많았기 때문이다. 바로 이것이 우리 사회가 함께 나서서 성범죄와 관련한 군의 폐쇄적 문화를 강력하게 바꿔나가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김종하 한남대 경영·국방전략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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