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29일 대선 출마선언과 동시에 본격적인 검증의 시험대에 오른다. 윤 전 총장은 이제 대선 후보로서 국정수행 능력 및 도덕성을 들여다보기 위한 ‘검증의 시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윤 전 총장이 대권을 위한 과외수업을 받아왔지만 경제·교육·복지정책 및 외교·안보 분야 등 국정수행 능력은 여전히 물음표인 상황이다.
윤 전 총장은 서울 서초구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에서 출마선언 후 이어진 질의응답을 통해 처가 관련 각종 의혹 및 ‘X파일’ 논란에 “선출직 공직자로 나서는 사람은 능력과 도덕성에 대해 무제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면서도 “검증은 합당한 근거와 팩트에 기초해 이뤄지는 것이 맞다. 출처 불명의 근거 없는 마타도어를 유포한다면 국민이 판단하실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최근 논란이 된 ‘X파일을 봤느냐’는 질문에 “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X파일에 대해 “근거 없는 마타도어”라는 입장을 내비친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윤 전 총장이 기대하는 만큼의 속시원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적 문제를 떠나 국민 감정을 파고드는 네거티브에 대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그는 논란이 됐던 ‘장모가 누구한테 10원 한 장 피해 준 적 없다’는 발언에 대해서는 “그런 표현을 한 적 없다”고 일축했다.
윤 전 총장은 검찰의 중립성 훼손 지적에는 “총장을 지낸 사람이 선출직에 나서지 않는 관행은 의미가 있다”면서도 “국민이 판단하실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법치와 상식을 되찾으라는 국민 여망을 외면할 수 없다”며 대선 출마 명분을 강조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왜 윤석열이어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윤 전 총장은 대통령 후보로서 국정수행 능력의 핵심인 경제와 외교·안보 분야 역량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의 ‘상위 2% 종부세안’에 대해선 “큰 의미가 없다”며 “종부세라는 것은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택정책은 국민이 예측가능한 집값을 가지고 필요할 때, 필요한 종류의 주택을 용이하게 취득할 수 있게 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복지정책에 대해서는 “지속가능성에 방점을 두고 싶다”고 했다. 일각에선 원론적 수준의 답변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는 한·일 관계에 대해선 “수교 이후에 가장 열악해지고 회복 불가능한 정도까지 망가졌다”면서 “이념 편향적인 죽창가를 부르다가 여기까지 왔다. 정권 말기에 수습해보려 하는 데 잘 안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직접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윤 전 총장은 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한 국가의 지도자에 대해 막연한 환상이나 부정적 생각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군사상 주적이라고 해도 한반도의 지속적인 평화를 구축하는 데 협력할 건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윤 전 총장 기자회견에 대해 “혹자들은 질의응답 부분에서 다소 미숙함이 드러났던 걸 지적하겠지만 정치를 처음 시작하는 입장에서 새로운 경험이기에 쉽게 평가절하할 수 있는 건 아니다”고 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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