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무리 쏟아지는 설악산 울산바위, 전설이 흐르고 신비가 쌓인다

초여름 강원도 고성에서는 볼거리가 넘쳐난다. 봄부터 가을까지 볼 수 있는 울산바위 은하수는 물론 서낭바위 일출과 6월에만 만날 수 있는 보랏빛 물결이 대표적이다.

해발 고도 826m의 미시령은 고려 때부터 길이 있었다. 1960년대 도로가 생겼지만 험준한 고갯길이라는 이유로 1971년 개통된 한계령에 교통 주도권을 넘겨주고 2006년 미시령터널이 개통되면서 뒤안길로 물러났다. 쓰임새는 뒷전으로 밀렸지만 향수와 낭만을 불러일으킨다.

인제군 북면에서 미시령을 넘으면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이다. 이곳에서 숨을 멎게 하는 거대한 바위덩어리를 눈앞에 마주한다. 속초시와 고성군의 경계를 이루는 둘레 4㎞, 높이 873m의 설악산 울산바위다.

바위에는 크기만큼이나 재미있는 전설이 전해온다. 옛날 조물주가 금강산의 경관을 빼어나게 빚으려고 전국의 잘 생긴 바위를 모두 금강산에 모이도록 했다. 경상도 울산에 있었던 큰 바위도 그 말을 듣고 금강산으로 길을 떠났다. 워낙 덩치가 크고 몸이 무거워 느림보 걸음으로 설악산에 이르렀을 때 금강산은 이미 다 만들어진 후였다. 눈물을 머금고 이 바위는 금강산에 가보지도 못하고 현재의 위치에 그대로 주저앉았다는 내용이다.

풍화에 약한 울산화강암으로 이뤄진 울산바위는 오랜 세월 바람과 물에 깎인 수직 암봉과 암릉, 너럭바위 등 각양각색의 모양으로 장관을 펼쳐놓는다.

울산바위는 어두운 밤에 보면 더 신비롭다. 맑은 날 캄캄한 밤에 찾으면 울산바위 위로 소금을 뿌려 놓은 듯 별이 반짝인다. 그 별들이 강물이 돼 거대한 바위 위로 쏟아져 내린다. 점점이 박힌 별 사이로 흐르는 ‘은하수’다.

덕분에 천체 촬영 동호인들에게 은하수 촬영 명소로 소문났다. 사진 촬영 목적이 아니더라도 별을 보러 오는 발길이 부지기수다. 주변에서 감탄사와 카메라 셔터 누르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고성에는 시간이 빚고 자연이 조탁한 풍경이 또 있다. 서낭바위와 능파대다. 송지호 해변 남쪽의 서낭바위는 부채바위로 불린다. 마그마가 파고든 암맥, 차별침식, 풍화 등의 과정을 거쳐 아주 독특한 형태를 갖게 됐다. 와인 잔의 목처럼 가느다란 바위에 위태롭게 올라서 있는 형상이다. 파도가 치면 금세 굴러떨어질 듯 위태롭다. 보는 각도에 따라 형태가 달라진다. 문어 라바 하트 등 다양한 모습으로 보인다. 태양이 가장 북쪽으로 올라오는 6월에는 일출과 함께 사진으로 남기기에 좋다.


문암 해변의 능파대는 타포니 지형이 압도적인 풍광을 선사하는 곳이다. 구멍이 숭숭 뚫린 바위가 여기저기 늘려 있다. 바닷물이 바위 안으로 스며들어 내부를 녹인 뒤 파도의 침식으로 그 구멍이 드러나면서 만들어졌다. 방탄소년단이 겨울 화보집 촬영을 위해 다녀가면서 일부러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6월에 고성에 가야 할 또 하나의 이유는 ‘라벤더’다. 하늬라벤더팜의 드넓은 평원에 보랏빛 파도가 일렁인다. 잉글리쉬라벤더에 제철인 붉은 꽃양귀비와 호밀 등이 더해져 그림 같은 풍경을 펼쳐놓는다. 농원 곳곳에 세워진 유럽풍 건물이 이국적인 정취를 보탠다. 꿈속에서나 만날 것 같은 동화나라다. 라벤더를 이용한 다양한 허브 제품을 구입할 수도 있다.



설악산 울산바위 은하수 촬영 포인트 주소는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산1'이다. 미시령 옛길을 따라 속초 방향으로 가다 보면 왼쪽에 넓은 공터가 나온다. 이곳에 주차하고 건너편 완만한 비포장 산길을 따라 100여m 올라가면 울산바위가 정면으로 보인다. 하늬라벤더팜은 진부령을 넘어 간성읍 방향으로 가다 만나는 이정표를 따라가면 된다. 6월 라벤더 시즌에는 휴무일 없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입장할 수 있다. 관람료는 일반 6000원, 어린이 3000원.

라벤더 마을에서 간성 쪽으로 5~6㎞ 거리에 있는 교동막국수가 추천 맛집이다. 저렴한 가격으로 막국수와 보쌈, 쌈밥을 먹을 수 있다. 토성면에 자리한 백촌막국수도 빼놓을 수 없다. 막국수와 함께 얼음을 동동 띄운 동치미가 톡 쏘면서 시원하다.

김일성 별장이 있는 화진포를 비롯해 송지호, 왕곡마을, 천학정 등도 볼거리다. 청간정은 공사 중이라 다가갈 수 없다. 통일전망대, DMZ박물관도 둘러보면 좋다.



고성=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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