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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글속 세상] 제주 바다에 잠든 난파선 보물들 900년 만에 잠깨우다

해양문화재연구소 수중발굴팀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수중발굴조사원들이 지난 17일 제주 한경면 신창리 해역에서 발굴작업을 하고 있다. 1983년 금제 유물이 처음 발견된 이 해역에선 2019년 첫 발굴조사 당시 중국 남송시대 도자기와 함께 '삼가 봉한다'는 뜻의 '謹封(근봉)'이란 글자가 새겨진 목제 인장이 발굴됐다.

1983년 제주 한경면 신창리 앞바다에서 물질하던 해녀가 금장신구를 발견했다. 이후 같은 해역에서 900년 전 중국 남송시대 도자기가 여럿 나오며 수중유물의 존재가 알려졌다. 중국과 일본을 오가던 12세기 무역선이 침몰한 것으로 추정됐다. 물 속에 잠들어 있던 ‘보물선’을 깨우는 작업은 2019년 시작해 현재 5차 발굴이 진행 중이다. 지난 17일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수중발굴조사원들은 검푸른 바다에 몸을 던졌다. 대형 호스로 바닥 모래를 빨아들이자 비교적 온전한 형태의 도자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난파선의 비극이 역사적 문화재로 탈바꿈하는 순간이었다.

제주 한경면 신창리 해저에서 발견된 도자기 위에 마커가 놓여 있다. 수중유물은 바로 건져 올리지 않고 발견 위치 등을 기록하기 위해 영상촬영부터 한다.

고성수 수중발굴과 주무관은 “서해 바닷속은 한치 앞도 보이지 않아 손으로 바닥을 더듬어가며 작업해야 하고, 제주 바다는 수심이 3m에 불과하지만 너울이 심해서 숙련자도 멀미를 한다”고 말했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연구원이 신창리 도자기의 탈염 작업을 하고 있다.

신창리 발굴팀은 표면공기공급호스가 달린 잠수복을 입는다. 산소통보다 불편해도 더 오래 잠수할 수 있다. 목재 선박은 흔적 없이 사라졌지만, 세월을 견뎌낸 도자기와 금속공예품 300여점이 지금까지 발굴됐다. 발견한 유물은 바로 건져 올리지 않는다. 위치를 기록하고 영상 자료를 남긴 뒤 조심스레 건져서 ①처리 전 조사 ②이물질 제거 ③탈염 ④세척 ⑤건조 ⑥접합 및 복원의 여섯 단계를 거친다. 탈염이 가장 중요하다. 도자기는 4개월 이상 민물에 넣어 염분을 빼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건조 과정에서 소금 알갱이 때문에 도자기가 깨질 수 있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연구원이 X-레이를 이용해 금속 유물의 상태를 살피고 있다.

전남 목포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남경민 연구원이 지난 26일 신창리 해역에서 발굴한 도자기의 이물질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보존 처리를 마치면 비로소 공개된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목포와 태안에 전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목포 전시장은 한국 최초, 최대 해양발굴문화재인 신안선 유물 등 7700여점이 전시돼 있다. 최유리 목포해양유물전시관 연구사는 “난파선은 당시엔 비극이지만 문화재로 남아 시대상을 엿보고 역사와 의미를 살피게 해준다”고 말했다.

지난 26일 목포해양유물전시관에서 관람객들이 '십이동파도선'과 '완도선'에서 발굴된 해남 청자를 보고 있다.

제주·목포=사진·글 김지훈 기자 da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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