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에게서 재주가 늘어나는 것 같아
녹슨 대문 앞으로 서성거리는 사람을 글썽거린다고 생각한 적 있었지 망설이던 말이 발을 절며 다가와 매일 낭떠러지에 있다고 나를 종용하고
이제 등에 몰두하자는 말을 했지 두 눈동자의 주름을 펼치며 바라보자고 했지 그러나 너무 많은 슬픔이 기성품이 되어 집에 돌아온다 누구나 붙잡고 말하게 되는
마른 헝겊이 모자란 세계로 출국하고 바닷바람 머금은 손수건을 선물하지 이 모르는 슬픔이 움직이는 이유를 잠깐 떠들고 싶다 비행운의 연기력처럼
포로의 잠꼬대를 닮은 위로만 해댔지 더이상 나눌 수 없는 슬픔은 등에 업고 가려고 해 그 끝이 어딘지 모르지만 헤멜수록 정확해지는 그 주소로 향하려고 해
슬픔의 묘기가 나를 흉내낸다 눈물을 훔치던 네가 어디까지 이야기했었는지 되묻고, 나는 처음부터 다시 이야기해달라고 간청한다 슬픔이 이렇게 반복된다면
서윤후 시집 ‘무한한 밤 홀로 미러볼 켜네’ 중 누가 되는 슬픔
슬픔이라는 익숙한 감정이 보여주는 다양한 층위를 보여준다. 과장되고 반복되고 흔해지는 슬픔, 나눠야 되고 위로해야 되는 슬픔. 정확한 슬픔이란 어떤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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