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타리 잉키넨(41)이 KBS교향악단의 새 음악감독으로 선임되면서 한국의 양대 오케스트라가 핀란드 출신 지휘자로 채워지게 됐다. 서울시향의 음악감독 역시 핀란드 출신의 오스모 벤스케(68)다. 두 사람 외에도 세계 클래식 무대에서 에사 페카 살로넨, 유카 페카 사라스테, 미코 프랑크, 사카리 오라모 등 핀란드 출신 지휘자들을 자주 만난다.
스위스에 머무는 잉키넨은 12일 온라인으로 열린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핀란드가 국가 규모(인구 550만명)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지휘자를 배출한 것은 축복”이라며 “같은 학교(핀란드 시벨리우스 음악원) 출신의 지휘자들이 많지만, 각각의 개성과 캐릭터가 다른 것이 성공 비결이라 본다”고 답했다.
내년부터 3년간 KBS교향악단을 이끄는 잉키넨은 시벨리우스 음악원 출신으로 15세에 처음 지휘봉을 잡은 뒤 27세에 뉴질랜드 심포니의 음악 감독으로 취임하는 등 ‘젊은 거장’으로 주목받았다. 현재 독일 자르브뤼켄의 라디오방송 교향악단과 일본 저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다. 그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지휘자 강국’인 핀란드의 음악교육과 제도 등에 대한 질문에 꼼꼼히 답했다. 특히 국가적으로 지휘자에 대한 혜택이 많다는 점과 핀란드의 음악 교육 및 지휘자 훈련 과정 등을 자세히 얘기했다.
“핀란드에는 음악을 배우거나 즐길 수 있는 학교와 기관이 많습니다. 보편적인 음악 교육 덕분에 인구 3만명의 소도시 출신인 저도 어릴 때부터 음악을 배웠죠. 음악을 배우는 아이들 가운데 두각을 나타내면 시벨리우스 음악원에 진학하는 등 성인 음악가가 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거칩니다.”
핀란드 음악교육의 정점에 있는 시벨리우스 음악원은 오스트리아 빈국립음대, 독일 쾰른음대에 이어 세계 3위의 규모를 자랑한다. 특히 지휘과의 전 주임교수 요르마 파훌라(90)는 현재 전 세계 오케스트라에 포진한 핀란드 출신 지휘자들을 키워낸 것으로 유명하다. 잉키넨도 파훌라의 제자다.
“음악원 안에서 다양한 실습을 할 수 있었던 게 지휘자로서 경험과 노하우를 쌓는 비결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핀란드 정부나 지자체가 오케스트라를 많이 지원하지만 주빈 메타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지휘자를 부를 정도는 아니어서 젊은 지휘자들에게 그만큼 기회가 많다는 것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네요.”
잉키넨은 2006년 2008년과 지난해 KBS교향악단과 호흡을 맞춘 인연이 있다. 그는 지난해 공연을 회상하며 “단원들과 나 사이에 상당한 조화를 느꼈고 결과물도 매우 만족스러웠다”면서 “한국 관객은 세계에서 가장 열정적이고 따뜻하다”고 회상했다.
그는 내년부터 연간 6번의 정기 연주회를 진행한다. 박정옥 KBS교향악단 사장은 “잉키넨이 우리와 작업할 때 보여준 열정과 협력, 그리고 그 결과물에 대해 음악감독후보추천위원회와 이사, 단원들 모두가 높게 평가했다”며 “KBS교향악단이 잉키넨과 함께 젊고 도전적인 오케스트라로 거듭날 좋은 기회라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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