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가 지난 2월 1일(현지시간) 총선 부정을 명분으로 쿠데타를 일으킨 지 11일로 100일이 된다. 이 기간 미얀마 내부에선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의 무자비한 유혈 탄압이 이뤄져 어린이를 포함해 800명 가까이 사망했다. 국민 삶도 피폐해지고 무력 충돌까지 발생하는 등 미얀마는 내전과 학살로 국가의 통치능력을 상실하는 소위 ‘파탄 국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미얀마에선 군부에 의한 유혈 탄압이 계속 이뤄지고 있다. 미얀마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9일 현재 군부 쿠데타 이후 총격 등 군경 폭력에 사망한 미얀마 시민은 780명, 체포된 시민은 4899명이다. 사망자 가운데 18세 미만 청소년과 아동도 50여명이 포함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5세 어린이까지 총에 맞아 숨졌고, 생후 20일 된 신생아까지 인질로 삼는 등 반인도주의적 행위가 자행됐다.
경제도 파탄 직전이다. 유엔개발계획(UNDP)이 지난달 30일 낸 보고서에 따르면 미얀마에선 내년에 인구의 절반인 2500만명이 빈곤에 직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UNDP 아태지역 책임자인 카니 위그나라자는 “민주주의로의 전환 10년간 이뤄진 개발이익이 몇 달 사이에 없어지고 있다”면서 “미얀마의 발전이 군부 통치하에서 인구 절반이 가난에 허덕였던 2005년으로 되돌아갈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신용평가회사 피치그룹 산하 컨설팅업체 피치솔루션스는 아예 미얀마가 ‘파탄 국가’를 향해 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얀마는 사실상 내전에 돌입했다. 지난 4일 민주 진영인 국민통합정부(NUG)는 소수민족 무장조직과의 연방군 창설 전 단계로 시민방위군(People's Defence Force)을 창설했다. 이에 즉각 군부는 국민통합정부를 테러단체로 규정했다. 정부군과 시민저항군은 지난 6~7일 총격을 벌이면서 각각 16명, 9명이 사망했다. 미얀마 소수 카렌족 반군도 정부군과 한 달여 동안 400여 차례 충돌해 약 200명을 사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
▶국제사회 손놓은 새… “제2 시리아 되나” 갈림길 선 미얀마
▶“혁명은 심장에… ” 미얀마 저항 시인 장기 없는 시신으로
▶“정말 무서운 건 달랑과 소년병” 교민들이 전하는 미얀마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