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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글속 세상] 쉿! 나는 탐정이다

여성 탐정 김봉주씨의 하루

레드캣탐정사무소 김봉주 대표탐정이 지난달 16일 소설 속 탐정 이미지처럼 바바리코트에 모자를 눌러 쓴 채 골똘히 생각하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난달 16일 찾아간 부산 해운대 ‘레드캣탐정사무소’. 김봉주(40) 대표탐정은 손에서 휴대전화를 놓지 않았다. 정확히는 놓아둘 새가 없었다. 전화는 끊임없이 울렸고 대부분 의뢰인이 거는 거였다. 김 탐정은 “항상 스마트폰을 5대 갖고 다녀요. 인터넷에 올린 광고문구가 ‘24시간 통화됩니다’이거든요”라고 했다. 레드캣 홈페이지에 안내된 주요 업무는 ‘미아·실종자·가출자 찾기/ 이혼소송 유책증거 수집/ 산업스파이 조사/ 공인·개인 경호/ 보험사기 조사/ 고의 교통사고 조사/ 도청·몰카 탐지’ 등이다.

김 탐정의 차량은 이동하는 사무실이다. 잠복근무 중에도 수시로 걸려오는 의뢰인의 전화를 받고 업무를 처리한다.
의뢰인 차량에 몰래 부착된 위치추적 장치를 찾아내 제거하는 것도 김 탐정의 업무 중 하나다.

이런 일은 정해진 근무시간이 없다. 증거 수집에 밤낮이 따로 없고, 사람을 찾으려면 며칠씩 잠복해야 한다. 운 좋게 하루 쉬는 날에도 의뢰인들은 어김없이 그를 찾는다. 여성 탐정인 그는 ‘악바리 근성’을 무기 삼아 업계에서 버텨왔다. 잠복하다 배가 고파 뭘 먹거나 화장실에 갔는데 ‘타깃’이 움직여 낭패를 본 경험이 있다. 잠깐의 방심이 고생을 수포로 만든다는 생각, 탐정은 노력한 만큼 결실을 얻는다는 믿음을 갖고 일한다고 했다.

김 탐정이 지난달 17일 부산의 한 골목에서 망원렌즈로 주변을 살피고 있다.

레드캣에 들어오는 의뢰는 주로 사람을 찾는 일이다. 실종된 치매 부모, 달아난 외국인 노동자, 해외로 입양된 형제를 찾아 달라는 식의 다양한 사연이 접수된다. 강력범죄에 치중할 수 밖에 없는 경찰의 빈자리를 누군가 메워야 하기에 실종 사건은 국내 탐정의 대표적 활동영역으로 자리 잡았다.

불법촬영장치가 설치돼 있는지 확인해 달라는 의뢰를 받은 김 탐정이 지난달 17일 부산 해운대구 한 주택 거실에서 집중형 몰래카메라 탐지기를 사용하고 있다.

국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유일하게 탐정 제도가 없었던 한국은 지난해 8월 신용정보법 개정안이 시행되며 합법적 활동이 가능해졌다. PIA한국탐정협회 강정석 총괄이사는 “지금은 누구든 신고만 하면 탐정사무소를 열 수 있다. 흥신소나 심부름센터가 탐정 간판을 달고 불법행위를 할 개연성이 있다. ‘국가 면허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사진·글 최종학 선임기자 choij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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