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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글속 세상] “코로나 바이러스 물렀거라… 장애 편견도 함께 씻어내죠”

중증장애인 일터 해맑음

해맑음보호작업시설 근로자들이 지난 17일 서울 노원구 우이천 공원에서 압축분무기를 이용해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이들은 매주 한 차례씩 이곳에 설치된 각종 편의시설을 소독한다.

익숙하게 손잡이를 누르자 압축 분무기가 소독액을 토해냈다. 그 투명한 액체는 서울 노원구 우이천 공원의 모든 시설물에 꼼꼼히 스며들었다. 각종 세균, 바이러스와 함께 사람들의 코로나 근심까지 씻어주는 일. 지난 17일 공원을 구석구석 누비던 2인1조 방역팀에는 임준만씨가 있었다. 사회적기업 해맑음보호작업시설의 직원인 그는 청각장애와 지적장애를 함께 가졌다.

서울 노원구 해맑음보호작업시설에서 직원 박혜리(34)씨가 방역 작업을 준비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20여년간 중증장애인 일터를 가꿔온 해맑음은 2014년 ‘해맑음크린’이란 브랜드로 소독·방역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름도 생소한 약품부터 소독기구 사용법까지 일일이 공부하며 시작했는데, 이듬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터졌다. 노원구에서 PC방 등을 다니며 무료 소독 봉사를 하다가 긴급소독업체로 선정돼 시설 200여곳을 맡았다. 메르스 사태가 끝난 뒤 감염예방사업의 공로를 인정받아 보건복지부 장관상까지 수상했다. 좋은 약품과 장비를 사용해 원칙대로 꼼꼼하게 일했더니 입소문이 퍼졌고, 지금은 노원구를 넘어 서울 전역에서 방역사업을 한다.

임준만씨(33) 등 보호복 차림의 해맑음 소독팀원들이 우이천 공원에서 2인1조로 소독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가 상륙했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바로 소독약품과 보호복 등을 추가로 확보했다. 방역작업을 맡을 때마다 소독 횟수를 늘려가며 바이러스를 씻어내고 있다. 코로나로 일감이 늘자 수입도 자연스레 늘었다. 해맑음 근로자들은 급여 외에 하루 6만원씩 추가 일당을 받고 있다. 최민량 해맑음보호작업시설 원장은 “중증장애인들이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가며 여러 시도를 하다가 시작한 소독·방역 사업이 팬데믹 위기를 극복하는 사회적 노력에도 일조하게 됐다. 이제는 파쇄사업 등으로 업무를 확장할 것이다” 라고 말했다.

해맑음 소독작업팀이 지난 18일 서울 노원 아동복지관에서 소독을 하고 있다.

사진·글=김지훈 기자 da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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