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님은 서울 석관동 교회건축 과정을 통해 오래 참음이 얼마나 중요한지 훈련하셨다. 참음의 끝은 항상 옳았다. 만일 내가 아버지를 의뢰하지 않고 사람의 방법대로 했다면 어땠을까. 상상조차 하기 싫을 정도로 끔찍하다. 인내를 주심에 감사할 따름이다.
목회 과정에서 인내를 생각하면 예배당 건축 때 당한 수모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1982년 3월 어렵게 모은 건축헌금으로 옆집을 구매했다. 하루빨리 성전을 올리고 싶었다. 그 집 주인이었던 할아버지께 양해를 구하고 이사 일정보다 며칠 앞당겨 공사를 시작했다.
교회와 집 사이에 담을 허무는 공사가 하루 만에 끝났다. 담이 허물어지자 교회터와 집터가 하나로 이어졌다. 교회터가 넓어 보이는 것만 봐도 배가 부르고 기뻤다.
문제는 그날 발생했다. 저녁 옆집 할아버지로부터 전화가 왔다. 잠깐 집에 오라는 것이었다. 집 안에 들어서자 그 집 아들과 딸 등 10명의 식구가 잡아먹을 듯한 표정으로 나를 에워쌌다.
“당신이 저 교회 목사야.” “목사면 이사도 안 간 집을 다 부숴.” “아, 죄송합니다. 교회 공사일정이 급해 아버님께 양해를 구하고 담만 제거했습니다.”
그 순간 할아버지의 큰아들이 험악한 욕설을 하며 멱살을 붙잡고 흔들었다. 나도 모르게 순간적으로 손이 올라갔지만, 오래 참으라는 하나님의 말씀이 마음을 울렸다.
그가 계속 흔들어대는 바람에 현기증이 났다. 멱살을 잡았던 손이 풀리자 그만 맥없이 자리에 주저앉았다. “어쭈, 쇼하네.” 땅바닥에 있던 소주병이 날아왔다. 소주병은 나를 맞고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제 분에 못이긴 그들은 몽땅 달려들었다. 옷을 찢고 침을 뱉고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 소리도 못 내고 마음속으로만 찬양을 불렀다. “나 같은 죄인 살리신 그 은혜 놀라워 잃었던 생명 찾았고 평안을 얻었네….” 마지막 절까지 몇 번을 반복하도록 폭행과 욕설이 계속됐다. 점차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맞는 것도 점점 둔해졌다.
내가 반항 없이 축 늘어지자 그들도 주춤했다. 안에서 눈치를 보던 할아버지가 나와 말리는 시늉을 했다. 그들은 붙들고 있던 나를 팽개치고 모두 집으로 들어갔다. 옷은 찢어지고 몸은 흙투성이가 됐다. 온몸에서 욱신욱신 열이 났지만 마음만은 가벼웠다.
“아버지, 이번만큼은 잘한 거지요. 잘 참았지요.” 비틀거리며 교회로 돌아와 십자가 앞에 무릎 꿇고 감사기도를 드렸다. 참았던 눈물이 그제야 흘렀다.
“아버지, 아무 일도 없게 하심을 감사합니다. 아직도 제가 많이 부족한가 봅니다. 저들을 온전히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주십시오. 이 눈물이 미움이라면 사라지도록 해주세요.”
그때 마음속에 아버지의 잔잔한 음성이 들렸다. “예수로 눈뜨고 예수로 생활하며 예수로 꿈꾸어라. 잠들기 전에는 한 날의 생활을 결산해 보아라. 모든 일을 일순간에 이기고 평생 지는 자 되지 말고, 순간에 지고 평생에 이기는 자 돼라. 지도자는 혈기를 내지 않고 온유하며 인내하며 자기 목표를 달성하는 자다. 소명에 살고 소명에 죽어라. 자기 자신에게는 엄격하고 상대방에게는 너그럽게 대하라.”
누구에게도 슬픔이든 분노든 격한 감정은 드러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의연하게 참겠다고 수백 번 다짐했건만 눈물 콧물 흘려가며 겨우 참으니 바보스럽기 짝이 없었다. 이런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아버지께 맡기는 수밖에 없었다.
좋으신 하나님께선 어려운 문제가 생길 때마다 기도만 하면 지혜와 해결방법을 주셨다. 이후 옆집이 이사했다. 옆집을 연결해 마당 쪽으로 예배당을 확장했다. 그런데 며칠 후 구청에서 철거반이 찾아왔다. 지붕을 세울 수 없는 곳에 지붕을 세웠다고 했다. 당장 철거해야 한다고 구조물을 부수려 했다.
너무나 놀랐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나는 곧바로 예배당으로 들어가서 아내와 같이 울며 기도를 시작했다. 한참 울며 기도하는데 철거반 반장이라는 사람이 조용히 다가와 이렇게 이야기했다. “목사님, 오늘은 그냥 가겠습니다. 빨리 조치 부탁드립니다.” “주님”이라는 외마디와 함께 아내와 다시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이처럼 나는 교회에 일이 생길 때마다 사람의 도움이나 세상 도움을 생각하지 않고 오직 하나님께 매달렸다. 크든 작든 문제가 생길 때마다 3일, 21일, 40일 금식기도를 수차례 했다. 인간적 생각으론 그렇게 금식기도를 자주 하면 적응이 돼 고통이 덜할 것도 같았다. 하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몸의 욕구는 더욱 솔직해졌다.
아무리 반복해도 금식은 도무지 익숙해지거나 편해지지 않았다. 하나님께서는 이런 말씀으로 힘과 용기를 북돋아 주셨다.
“마음에 기도가 있는 자는 영혼이 빛나고, 마음에 말씀을 먹는 자는 영혼이 살찐다. 마음에 그리스도의 사랑이 있는 자는 영혼이 소생하고, 마음에 성령이 충만한 자는 영혼이 승리한다.”
하나님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연단을 알게 하셨고 상처 입을 때마다 반드시 치료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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