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정·재계 고위 인사들이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해 코로나19 백신을 ‘원정 접종’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UAE는 세계에서 백신 접종 속도가 가장 빠른 국가 중 하나로, 전 국민에게 접종할 분량을 이미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UAE처럼 백신이 남아도는 국가들을 중심으로 ‘백신 관광’ 상품이 나올지 모른다는 전망도 나온다.
FT에 따르면 영국 국적 투자자로 영국 정부 고문으로 활동 중인 벤 골드스미스는 지난해 12월 부인과 함께 UAE를 방문했다. 직후 영국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전면 봉쇄를 선포하자 귀국을 포기하고 당분간 UAE에 머물기로 했다. 이들은 그곳에서 UAE 왕실 인사의 소개로 화이자 백신을 맞았다고 한다. UAE 거주자에 한해 백신을 접종토록 하는 현지 규정을 미뤄보면 일종의 특혜를 받은 셈이다.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 산하 벤처캐피털인 비전펀드의 라지브 미스라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소프트뱅크 고위 임원진 일부도 UAE에서 백신을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지난 1월 런던을 떠나 UAE에 도착했으며 현지 체류 기간 중 백신 접종을 받았다. 이탈리아 최대 국영석유회사 에니(ENI)의 클라우디오 데스칼지 CEO도 UAE 정부 고위 관리의 제안으로 화이자 백신을 무료로 맞았다고 한다.
인구가 약 1000만명인 UAE에서는 백신 접종이 이미 600만회 이상 이뤄진 것으로 집계됐다. UAE는 중국 시노팜 백신의 3상 시험을 진행 중이며 시노팜 백신의 현지 생산 계획도 예정돼 있다. 때문에 UAE는 남아도는 백신을 처리하기 위해 자국 고위층과 연줄이 있는 외국인에게 암암리에 접종을 해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접종은 UAE 고위 관리나 왕실 인사가 주선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현지에선 ‘백신 인맥(vaccine wasta)’으로 불린다고 한다.
백신을 맞는 부유층들은 대개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UAE를 방문한다. 머무는 숙소도 만다린 오리엔탈이나 포시즌스주메이라, 불가리리조트 등 두바이 해변에 위치한 최고급 호텔이라고 관련 사정을 잘 아는 사업가가 전했다. 원정 접종 소개를 받았다는 한 투자자는 “UAE에서의 백신 접종은 혈연과 지연을 바탕으로 이뤄진다”면서 “UAE 왕족들은 저마다 백신 물량을 확보해놓고 있다”고 전했다.
UAE 원정 접종 사실이 알려져 곤욕을 치르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캐나다연기금운용회사 사장인 마크 마친은 정부의 봉쇄령을 어기고 UAE로 원정 접종을 간 사실이 들통 나 지난달 사퇴했다. 스페인에서는 국왕 펠리페 6세의 두 누이가 UAE에서 백신 접종을 받은 사실이 자국 언론을 통해 폭로돼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한편 그리스 정부는 오는 5월 중순부터 제한적으로 외국인 관광객을 받아들일 계획이라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해리 테오카리스 그리스 관광부 장관은 이날 화상으로 진행된 베를린국제관광박람회(ITB) 연설에서 “올여름을 위한 완벽한 입국 절차를 마련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입국 허용 대상자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자와 항체 보유자, 코로나19 음성 확인증 소지자 등이며 여행객 중 임의로 선별해 코로나19 검사도 받게 할 계획이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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