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출장 보고서’로 출장비를 타왔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2898명이 적발됐다. 지난해 상반기 3개월간의 출장 내역만 조사한 결과다. 짧은 시간 동안 전 직원 3명 중 1명 정도가 가짜 출장에 나설 정도로 기강 해이가 심각했던 것이다. 이들이 가짜 출장 보고서를 내고 타간 금액만도 5억원에 육박한다. 하지만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쳤다. LH는 이들에게서 출장비만 회수하고 별도 인사 조치를 하지 않았다. 만연한 일탈이 용인되는 이런 문화가 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을 촉발한 원인으로 보인다.
국민일보가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10일 입수한 LH 감사실의 ‘출장비 부정수급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5월 출장을 간 직원 중 2898명이 부정 수급으로 판명됐다. LH 소속 직원(9839명) 가운데 29.5%가 부정 수급을 자행한 것이다.
이들이 부정 수급한 출장비만도 4억9228만원이나 된다. 출장을 간다고 보고해놓고 무슨 업무로 어디를 다녀왔는지조차 증명하지 못해 덜미를 잡혔다. 더 큰 문제는 해당 조사가 3개월간의 출장 내역에 대해서만 이뤄졌다는 점이다. 연간 혹은 누적으로 계산할 경우 실제로는 훨씬 많은 부정 수급이 지속적으로 자행됐을 가능성이 높다.
규모로 보아 LH 직원 ‘일부의 일탈’로 치부하기 힘들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LH 사장 재임 시절 공기업의 존립 이유는 투명성과 청렴이라는 얘기를 끝도 없이 했다”고 강조했다. 3기 신도시 투기 의혹과 관련해선 “일부 일탈이 일어났다”고 평가했다. 일부 직원만 문제라는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출장비를 쌈짓돈으로 생각하는 수천명의 직원을 고려했을 때 변 장관의 LH 옹호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처벌 수위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LH 감사실은 이번에 적발된 부정 수급자에 대해 출장비 환수 조치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별도의 인사 조치는 없었다. 지난해 4월 출장비 부정 수령 조사 계획을 세울 때만 해도 환수 및 인적 처분을 하겠다고 했지만 ‘제 식구 감싸기’로 끝을 맺었다.
LH 감사실은 향후 조치로 “출장비 제도를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제도를 일부 개선한다고 해서 만연한 기강 해이가 바로잡힐지는 미지수다. 김은혜 의원은 “느슨한 내부 통제와 솜방망이 처벌이 준 공무원인 LH 직원들의 세금 잔치를 야기했다”며 “감사 기능 회복과 점검을 위한 입법 장치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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