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노인들의 진료비 부담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높은 의료비가 초래할 노후 빈곤 우려 역시 커지는 상황이다. 보험사들은 시니어 고객을 대상으로 한 의료비 보장성 상품을 연이어 출시하고 있다.
65세 이상 인구의 1인당 평균 진료비는 2019년 기준 연간 491만원으로 전체 인구의 진료비(168만원)의 2.9배에 이른다. 2016년 398만원이던 노인 1인당 진료비가 약 3년 만에 100만원 가까이 오른 것이다.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부부 2인 가구를 합산하면 연간 진료비가 982만원에 달해 해당 연령의 연 소득과 노후생활비를 고려하면 경제적 빈곤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라고 8일 말했다.
노인층의 요양급여비용과 그 비율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전체 진료비 가운데 노인 요양급여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기준으로 40.5%에 이른다. 노년기의 건강보험료 대비 급여 의료비는 7.04배에 달했다. 생보협회는 “기대 여명까지 행복한 노후를 보내려면 청·장년기부터 노후 의료비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현재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이 43.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의 평균치인 14.8%와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국내 생명보험사들은 노후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고, 고령층과 유병자도 쉽게 가입할 수 있는 보험 상품들을 내놓고 있다.
우선 100세 시대에 맞춰 가입과 보장 연령을 확대한 상품들이 눈에 띤다. 삼성생명의 ‘삼성간편종합보장보험1.0’은 최고 80세까지 3가지 고지 항목으로 가입할 수 있다. 재해 사망과 고혈압과 당뇨 등 만성질환과 함께 루게릭병, 특정파킨슨병, 대상포진, 어깨관절, 고관절, 무릎관절 인공관절치환수술, 관절염 수술 등 고령층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시니어 7대 보장’을 특약으로 추가할 수 있다.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은 61세부터 80세까지 가입할 수 있는 고령층 전용 암보험인 ‘무배당6180실버암보험(갱신형)’을 판매하고 있다. 최대 100세까지 보장하며 갱신 주기는 10년이다.
유병자들도 가입할 수 있도록 이전보다 간편한 가입심사를 적용한 상품들도 나왔다. ABL생명은 고령자와 유병자라도 질문 1개에 답변하면 가입할 수 있는 ‘(무)ABL간편가입건강보험(갱신형)’을 내놨다. 암·뇌혈관질환·심장질환 등을 보장하며 30세부터 80세까지 가입할 수 있다. 10·20년 갱신형으로 최대 100세까지 갱신할 수 있다.
퇴행성 질환인 치매와 루게릭병 등의 위험을 집중적으로 보장하는 상품들도 있다. 특히 알츠하이머 치매의 경우 2019년 기준으로 65세 이상 1인당 진료비 1위(399만원) 질환에 해당된다고 생보협회는 설명했다.
한화생명의 ‘한화생명노후안심치매보험(무)’은 중증 치매 진단 시 최대 2억7400만원까지 지급한다(주계약 2000만원, 중등도·경도치매보장특약 각각 1000만원 가입 시). 미래에셋생명의 ‘미래에셋생명치매보험든든한노후’는 중증치매뿐 아니라 초기 단계인 경도, 중등도 치매까지 보장 범위를 확대했다. 보장기간은 최대 100세까지로 중증 치매 발병률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80세 이후에도 보장을 유지할 수 있다. 또 고혈압, 당뇨 등 유병력자들도 간편심사를 통해 가입 가능하다.
ABL생명의 ‘(무)ABL간편가입치매보험(해지환급금 일부지급형)’은 특약을 통해 특정 파킨슨, 루게릭병에 대한 보장이 가능하다. 갱신 없이 최대 100세까지 보장되며, 2가지 질문으로 가입할 수 있는 간편 심사 상품이다.
경증 및 만성질환 위험에 대한 보장을 넓힌 상품도 있다. NH농협생명의 ‘평생케어NH종합보장보험’은 6대 종합보장(암·뇌·심장·간·폐·신장)뿐 아니라 경증진단인 당뇨, 특정부정맥, 특정고혈압, 요로결석 등도 보장한다. 가입연령은 만 15세부터 최대 75세까지이며, 갱신을 통해 105세까지 보장 가능하다.
치매, 중증질환에 따른 간병자금이나 월 일정금액의 생활자금을 지급하는 등 보장되는 보험금 종류도 다양해졌다. ‘한화생명노후안심치매보험(무)’의 경우 중증치매상태 진단이 최종 확정된 경우 간병자금을 지급한다(단, 최초 36회 보증지급 및 15년이 최고 한도). 삼성생명의 ‘New올인원암보험2.0’은 암 진담금 위주인 ‘일시지급형’과 암 생활자금 보장 목적인 ‘생활자금형’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
신한생명의 ‘진심을품은간편한간병비찐건강보험(무배당, 갱신형)’은 뇌출혈 또는 금성신근경색증 진단을 받을 경우 매월 보험금 100만원씩을 5년간 확정 지급한다(주계약 보험가입금액 1000만원 기준). 보험 가입 기간이 1년 미만인 경우에는 보험금의 50%만 보장한다. 뇌혈관질환, 허혈심장질환, 대상포진, 통풍, 특정 류마티스관절염 등에 대해서도 치료보장 특약을 통해 보장 가능하다.
최근 보험 상품들은 헬스케어 서비스에 대한 보장도 강화하는 추세다. ‘New올인원암보험2.0’의 경우 암 환자에 대한 상급병원 동행, 간병인 지원, 가사도우미 지원, 대면 심리상담 서비스 등의 특화 서비스를 제공한다. 메트라이프생명의 ‘(무)유니버셜오늘의종신보험Plus’는 전문 의료진 상담, 명의 안내, 해외 의료서비스 지원 등의 서비스를 보장한다.
금융위원회는 고령층 보장을 강화하기 위한 특화 보험을 더욱 활성화시키겠다는 방침을 최근 밝힌 바 있다. 금융위는 지난 8일 열린 금융산업 경쟁도평가위원회 회의에서 ‘보험업 미래전망과 경쟁도 평가’ 내용을 확정했다. 평가에선 인구구조 변화에 발 맞춰 만성질환자 전용 보험 등 60세 이상 고령층에 특화된 보장성 보험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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