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저치고’ ‘에바’ ‘버카’ ‘만반잘부’ ‘인만추’ ‘애빼시’ ‘남아공’. 기성세대라면 수수께끼처럼 느껴질 이들 단어는 요즘 10대가 즐겨 쓰는 신조어다. 의미는 이렇다. ‘오늘 저녁 치킨 고?’ ‘약간 지나친 느낌’ ‘버스카드’ ‘만나서 반가워, 잘 부탁해’ ‘인위적 만남을 추구함’ ‘애교 빼면 시체’ ‘남아서 공부시킨다’.
이들 신조어는 기성세대와 다음세대 간 사고와 언어의 격차가 얼마나 극심한지를 보여주는 일례다. 세대 간 격차는 다양한 세대가 모인 교회 안에서도 심각하게 대두되는 문젯거리다. 비대면 예배가 보편화된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이런 상황은 더욱 뚜렷해졌다.

고신대 기독교교육과 교수와 신학대학원 교수, 부경대 외래교수와 학생신앙운동(SFC) 총무인 4명의 저자는 책에서 코로나19가 바꾼 신앙의 다음세대 상황을 통계적 근거를 들어 설명한다. 저자들은 SFC의 도움을 얻어 지난해 10월 25일부터 2주간 전국 16개 시도의 기독 청소년 175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이들의 개인·학교·신앙생활 전반에 관해 물었다.
기독 청소년이 코로나19로 일상에서 가장 어려움을 느낀 점은 ’학업에 소홀해졌다’(20.5%)는 것이다. ‘미디어 사용이 증가했다’(19.2%) ‘생활이 불규칙해졌다’(18.9%) 등도 응답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좋아진 점으로는 ‘자기를 성찰할 기회가 됐다’(24.4%)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그다음은 ‘개인적으로 공부할 시간이 많아졌다’(16.6%)로 기독 청소년의 최대 관심사가 학업에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코로나19가 개인 신앙에 영향을 미친 점으로는 ‘교회 모임이 줄어들어 교제를 못 해 아쉽다’(5점 척도 중 3.41점)가 가장 많이 꼽혔다. 그다음은 ‘기독교인으로서 정체성을 고민하게 됐다’와 ‘주일날 교회 활동이 줄어 시간적 여유가 있어 좋다’(2.88점)였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 예배가 계속되면서 신앙생활 인식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신앙교육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람은 ‘학부모’(57.4%·복수응답) ‘담당 교역자’(34.2%) ‘학생 자신’(31.9%) 순이었다. 신앙교육에 있어 부모의 역할이 가장 크다는 걸 보여준다. 다만 교회 출석 동기는 ‘내 신앙 때문’(74.3%·복수응답) ‘부모님 때문’(57.6%) ‘친구 때문’(23.3%) 순으로 주체적 동기로 신앙생활을 하는 이들이 많았다. 교회학교가 성장하지 않는 이유로 ‘학생의 개인적 요인’(53.1%·복수응답)이란 응답이 절반 이상이었지만, ‘기독교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답한 이들도 33.6%나 됐다.

책은 설문 답변을 바탕으로 한국교회 교회교육과 청소년 사역 정책을 제안한다. 교회와 교단엔 ‘온·오프라인 사역 플랫폼 구축’과 ‘학부모의 신앙교육 참여’ ‘한국교회 대사회적 신뢰도 제고’ 등을 권한다. 사역자에겐 기독 청소년이 일상 속에서 예배자로 살 수 있도록 성경 읽기와 기도습관을 지도할 것을 권한다. 스마트기기 사용과 올바른 수면습관 등도 지도할 것을 제안한다.
한국교회 다음세대의 급감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20여년간 악화일로를 걸어온 교회학교에 코로나19가 전환점이 될지도 모른다. 저자들은 말한다. “이제 우리는 위기를 보며 움츠러들 것이 아니라 오히려 믿음의 눈을 통해 적극적으로 교회교육의 가능성과 기화를 바라봐야 한다.… 특히 그동안 교회교육에서 시도했지만, 내실 있게 진행할 수 없던 요소도 코로나 시대를 맞아 더욱 적극적으로 적용해야 할 것이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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