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심리적 문제에 대응하고 여성과 청년층 사이에서 급증하는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 고독·고립 문제를 담당하는 장관직과 부서를 신설하기로 했다. 고독 문제를 담당하는 정부 부처가 만들어지는 것은 영국에 이어 두 번째다.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사카모토 데쓰시 저출산대책 담당상은 16일 기자회견에서 내각관방 산하에 ‘고독·고립 문제 대책실’을 이번 주 안에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내각관방은 일본 총리를 보좌하며 부처 간 정책 조율 등을 수행하는 부서로 한국의 국무조정실과 유사하다.
일본 정부는 후생노동성과 문부과학성 등 관련 부처에서 10명 안팎의 인원을 파견 받아 대책실을 꾸릴 방침이다. 대책실은 자살 증가와 노인 돌봄, 아동 빈곤 등 코로나19 이후 대두된 각종 사회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범부처 대책을 수립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지난 12일 사카모토 담당상을 총리 관저로 불러 코로나19에 따른 자살 증가 문제에 대응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가 총리는 고독·고립 문제를 전담할 장관직을 신설하고 사카모토 담당상에게 겸임하도록 했다.
스가 총리는 특히 일본 내 여성 자살자 증가를 거론하며 “문제를 철저히 파악해 종합대책을 추진했으면 한다”는 뜻을 사카모토 담당상에게 전했다. 사카모토 담당상은 “사회적 고독과 고립을 예방하고 사람 간 연계를 유지하는 활동을 추진하고 싶다”고 밝혔다.
후생노동성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4~6월 일본 내 자살자 수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지속적으로 감소하다가 7월부터 증가로 돌아섰다. 특히 여성 자살자는 6월부터 증가세를 보였으며 10월 889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90%나 늘어났다.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외출 자제령 등이 여성 자살 증가의 원인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산케이신문이 전했다.
고독에 따른 사회문제를 전담하는 정부 부처를 신설한 건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2018년 1월 테리사 메이 당시 영국 총리는 ‘고독 담당 장관(Minister for Loneliness)’을 신설하고 트레이시 크라우치 당시 체육·시민사회 장관이 겸직하도록 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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