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강에서] 목사 아들 ‘무명가수 30호’ 이승윤

Է:2021-02-11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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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영 대기자 겸 종교국장


‘목사 아들이라고!’ jtbc의 노래 경연프로그램 ‘싱어게인-무명가수전’의 무명가수 30호 이승윤이 목사 아들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무척 놀랐다. 그는 첫 등장 때부터 현장 심사위원과 시청자들의 시선을 단박에 사로잡은 ‘물건’이었다. 심사위원 유희열은 그가 부른 이효리의 ‘치티치티뱅뱅’을 듣고 “재, 뭐야”라는 최고조의 감탄 반응을 보였다. 대중연예인으로서의 끼와 자질이 다분한 젊은이가 기도와 묵상, 경건과 신심으로 상징되는 목회자 집안 출신이라니…. 내 예상과 기대대로 그는 우승했고 1억원의 상금과 가수로서의 발판을 갖게 됐다.

이승윤의 아버지는 이재철 목사다. ‘부전자전’ ‘역시’라는 반향이 뒤따랐다. 이 목사가 누군가. 한국외국어대학교를 나와 사업을 하다가 늦게 신학과 목회를 했음에도 교계에 큰 울림을 남긴 목회자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한국기독교선교100주년기념교회를 개척, 1만명이 넘는 대형 교회로 키운 후 한 푼의 전별금도 받지 않고 표표히 물러났다. 교인들에게 “나를 철저하게 버려 달라”며 거듭 당부하며 떠났다. 담임목사 시절 그의 목회는 검박했지만 영성은 풍성했다. 그는 아들들을 “목사의 아들로 키우지 않았다”고 서슴없이 말했다. 여느 목회자와는 다른, 독특하나 결코 쉽지 않은 교육관 자녀관을 실천했다.

아버지 말대로 목사의 아들로 자라지 않았기 때문일까, 이승윤은 우승 소감을 말할 때 목사 아들답지 않았다. 사회자인 가수 이승기가 마이크를 갖다 대자 몇 차례 머뭇머뭇하더니 예상 모범답안을 비켜갔다. 많은 기독교인들이 기대했을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돌리고…”라는 언급은 전혀 없었다. 목사 아들이, 그것도 아버지가 영향력 있는 유명 목사임에도 그의 멘트는 기독교인의 눈으로 보면 섭섭함을 넘어 불온하기까지 했다. 기독 체육인, 연예인들의 시상식에서 보던 장면과는 너무 달랐다.

의외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무명가수 30호가 기독교와 교회, 목사에 대해 일언반구하지 않았음에도 아버지 이 목사를 칭송하는가 하면 나아가 기독교에 호의적인 반응들이 나타나고 있다. 국민일보 종교국이 3주 전에 제작한 이 목사와 아들들에 관한 유튜브 동영상 ‘그분이 알고 싶다’는 방문자가 100만명을 훨씬 넘었다. 기독 관련 유튜브 조회 수가 단기간에 100만을 넘긴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600개 정도의 댓글 반응은 긍정 일색이었다. 이 목사 개인에 대한 칭송과 감사, 아들들을 향한 찬사와 부러움 등이 주류를 이뤘고 한국교회, 기독교에 대한 우호적인 글들도 적지 않았다. 인터넷 댓글에서 기독교를 칭찬하는 내용을 접한 것이 얼마나 오랜만인지 반가웠다.

신드롬이라 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이승윤 현상을 접하면서 한국교회를 돌아봤다. 이승윤을 검색하면 이재철 목사가 뜨고 교회는 예상치 못한 박수를 받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될수록 교회의 입지는 점점 좁아졌다. 이만희 전광훈 인터콥 IM선교회에 이어 영생교까지 집단감염의 온상으로 지적되면서 융단폭격을 맞고 있다. 이들은 정통 교회가 아니라고 교계 연합기구 등이 아무리 설명해도 잘 먹히지 않는 분위기다. 도긴개긴으로 여긴다.

많은 사람들이 이 목사 부자에게 환호하고 그것이 선한 영향력으로 선순환돼 되돌아오는 이유를 한국교회는 잘 새겨봐야겠다. 사실 답은 다 안다. 강고한 교권주의를 버리고, 철벽 같은 개교회 중심의 갇힌 성에서 벗어나 목사들이 내려놓고 비우면 된다. 배타적 종교라는 고질적 평판을 넘어 근심과 우려의 대상으로까지 평가받는 한국 개신교에 무명가수 30호의 등장은 아침 햇살 같은 선물이다. 한국교회가 ‘정면교사’의 한 사례로 받아들일 때 선물은 그 진가를 제대로 드러낼 것이다.



정진영 대기자 겸 종교국장 jy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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