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네프린 준비해주세요.”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여성 환자 A씨가 들어오자 9일 오후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예방접종센터 내에 설치된 응급처치실은 긴박하게 돌아갔다. 혈압·산소포화도 등을 확인한 의료진은 응급실에 “아나필락시스 환자가 발생했다”고 연락을 취했다. 이내 환자는 들것에 실려 바깥의 구급차로 옮겨졌다.
실제 상황은 아니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모의훈련의 한 대목이었다. 실제 주사를 놓진 않았지만, 이상반응이 발생했다고 가정했다. 오후 2시에 시작된 훈련은 정해진 순서대로 이뤄졌다. 접종 대상자 한 명이 체온을 측정하고 번호표를 받아 접수, 문진표 작성, 두 번째 발열 체크까지 마치는 데는 3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등록 장소를 나온 대상자들은 접종구역으로 향했다. 예진을 맡은 의사들은 복용 중인 약 등을 물었고 접종 후 39도 이상의 고열이나 두드러기, 호흡곤란 등 이상반응 여부도 주시하라고 했다.
이후 대상자들은 접종 부스로 이동했고 대기하던 간호사들은 이름과 인적사항을 확인하고 주사를 놓는 시늉을 했다. 뒤편에서는 간호사 2명이 백신 대용으로 훈련에 쓰일 호르몬제를 식염수로 희석해 주사기에 넣는 작업을 반복했다. 접종실에서 나온 이들은 일반관찰실로 이동했다. 입구에선 직원이 모니터에 표시된 잔여 좌석 현황을 주시했다. 대상자들은 15분간 앉아있다가 관찰 시간이 끝나자 센터를 나섰다.
50명이 접종을 마치는 데 걸린 시간은 32분이었다. 당초 목표로 잡은 30분을 조금 넘겼다. 예진이 지나치게 빨리 끝났고, 결과적으로 일반관찰실의 병목현상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오명돈 중앙예방접종센터장은 “안내문·QR코드 등을 더 잘 이용하도록 배려가 필요할 것”이라며 “관찰실이 다 찼을 때 추가로 열 공간도 미리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는 전일 대비 303명 늘었고 집단감염은 병원과 직장, 무도장 등지에서 산발적으로 이어졌다. 경기도 부천시는 이날 오후 괴안동 영생교 승리제단 시설에서 신도 등 20명이, 오정동 오정능력보습학원에서 학생·강사 등 33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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