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사진)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자신의 재산 절반 이상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를 창업한 뒤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기부에 앞장서 온 김 의장이지만, 일각에선 이번 선언이 최근 불거진 승계 의혹을 털어내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 의장은 8일 카카오 및 계열사 임직원 전용 소통채널에 “살아가는 동안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기부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며 “그 다짐이 공식적인 약속이 될 수 있도록 적절한 기부 서약도 추진 중에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기부 배경에 대해 “격동의 시기에 사회 문제가 다양한 방면에서 더욱 심화되는 것을 목도하며 더 이상 결심을 늦추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기부 방법에 대해서는 “이제 고민을 시작한 단계”라고 말했다. 회사 차원에서 함께 적절한 방안을 찾아 나가는 동시에 외부 지원 등에 나설 가능성도 열어뒀다. 김 의장은 카카오 지분 13.74%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국내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에 이은 주식 부자 3위에 올라 있다. 그가 개인 명의로 보유한 카카오 주식 1250만주 등의 가치는 총 10조원이 넘는다. 그가 약속대로 기부에 나설 경우 그 금액만 5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김 의장은 이전부터 기부를 활발히 해온 기업인으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3월에는 코로나19 피해 극복을 위해 20억원 상당의 개인 주식(약 1만1000주)을 내놨고, 8월에도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 복구를 위해 10억원(약 2830주)에 이르는 개인 주식을 기부했다. 카카오톡 출시 10주년을 맞아 내놓은 메시지에서도 “기업이 선한 의지를 갖는다면 확실히 더 나은 세상이 되는 데 근접할 수 있다. 사회 문제에 더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해결할 방법을 찾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최근엔 김 의장이 케이큐브홀딩스에 근무하는 두 자녀에게 각각 카카오 주식 6만주(약 265억원)를 증여하자 승계 작업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케이큐브홀딩스는 카카오의 지분 11.26%를 보유하며 사실상 지주회사로 평가받고 있고, 이 회사의 지분 전부는 김 회장이 가지고 있다. 하지만 논란이 일자 카카오 측은 “케이큐브홀딩스는 김 의장의 개인 회사로, 승계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카카오는 이날 전체 임직원에게 성과급과는 별도로 자사주를 10주씩 지급한다고 공지했다. 취득 단가는 한 주에 45만5000원으로, 지급 규모는 총 119억원에 달한다. 카카오가 자사주를 상여금으로 지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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