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서구 관저동 1576번지에 들어설 예정이던 ‘하나님의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옛 안상홍증인회) 건물 공사가 주민들의 반대로 잠정 중단됐다.
‘관저동 하나님의교회 건축 저지 관저주민 비상대책위원회’는 장종태 대전 서구청장이 지난 4일 비대위 등 주민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주민들의 반대를 받아들여 이같이 결정했다고 7일 밝혔다. 장 구청장은 공사 재개 전에 주민과 대화 자리를 만들어 소통하겠단 뜻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는 환영의 뜻을 전하면서도 건축허가가 백지화될 때까지 거리행진 등 시위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임지혜 비대위원장은 “국내 주류 개신교단에서 이단으로 규정하고, 무리한 포교 활동으로 가정을 파탄에 이르게 하는 종교를 공론화 없이 허가해 준 서구청에 구민의 반대 목소리를 전달하는 게 집회의 목적”이라며 “건축허가를 백지화할 때까지 서구청과 관저동 일대에서 거리행진을 펼쳐 이단·사이비종교로부터 관저동을 반드시 지켜낼 것”이라고 말했다.
관저동 관저더샵아파트 인근 종교부지엔 지난달 4일 하나님의교회 건물이 올해 말 준공을 목표로 건축에 들어갔다. 공사 시작 뒤에 이를 알게 된 주민들은 건축 반대 운동에 나섰다(국민일보 1월 28일자 35면 참조).
주민들은 서구청이 구민과 소통을 위해 홈페이지에 운영 중인 ‘행복동행 서구청원’ 게시판에 하나님의교회 건물 건축 승인 취소를 요청하는 게시글을 잇달아 올렸다. 지난달 23일 처음 올라온 ‘교육 밀집 지역 관저동에 이단 교회건축 승인을 취하해주세요’란 청원은 1200명이 넘는 주민의 공감을 얻었다.
비대위는 “하나님의교회 신축을 반대하는 청원 글이 50여건에 1500여개 이상의 공감을 얻었다”면서 “2019년 게시판이 신설된 이래 500명 이상이 공감해야 하는 청원 성립 조건을 최초로 충족했다”고 전했다.
서구청 건축과 관계자는 지난 5일 게시판에 “해당 허가 건은 종교용지에 종교시설 용도로 건축허가 신청돼 건축법 및 관련 규정을 검토한 결과, 적법한 절차에 의해 처리된 사항”이라면서 “다만 해당 사안으로 인해 주민들의 불편이 발생해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구에서는 추후 주변아파트 입주자 대표 및 건축주와의 면담을 추진계획 중이며, 앞으로 주민들의 입장을 대변해 건축주와의 중재 역할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자 하오니 널리 이해해 달라”고 덧붙였다.
비대위는 해당 부지가 아파트 4개 단지, 3900여세대에 인접해 있고 반경 1㎞ 이내에 6개가 넘는 초·중·고교가 밀집된 지역인 만큼 하나님의교회 건물 건축을 막고 이들의 무리한 포교 활동을 엄격히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비대위의 한 관계자는 “하나님의교회 등 일부 이단 교회는 학생과 젊은 인구가 많은 신도심에 토지를 매입해 가까운 거리에서 신도를 확보하는 전략을 편다”며 “성인과 비교해 상황 판단이 미숙한 학생들이 주요 표적이 되는 만큼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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