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는 공매도 금지를 5월 2일까지 연장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공매도 논란의 종지부를 찍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4월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1개월여간 추가 연장 카드를 꺼낸 것에 대해 ‘선거용’이라는 의구심이 커지면서 반(反)공매도운동을 주도하는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4일 개인투자자 단체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전날 금융위 발표에도 공매도 반대운동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게임스톱 사태를 주도한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토론방 월스트리트베츠에서 활동하는 투자자들과 연합하는 방법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회원들과 공매도 반대 홍보버스 운행, 각종 시위 등을 지속할 계획”이라며 “현재 월스트리트베츠 운영진과도 직접 연락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투연은 월스트리트베츠 운영진에게 게임스톱 사건의 구체적인 전개 방안, 개인투자자 결집 방법과 국내 공매도 반대운동 동참 의사 등을 물었다고 한다. 아직 월스트리트베츠로부터 이에 대한 답변은 오지 않은 상태다.
전문가들은 공매도 재개 이전에 이 같은 개인의 불안이 해소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공매도는 순기능도 있는 만큼 한국에서만 금지하는 건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불법 무차입 공매도를 확실하게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을 신속히 마련하는 등 개인들의 불만을 잠재우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위가 내놓은 공매도 제도 개선안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매도 관련 제도만 정비된다면 재개 시점은 중요하지 않은 문제”라며 “실시간 불법 공매도 적발 시스템과 주식 차입의 상환 만기 문제 등이 좀 더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날 오후 열린 행사에서 공매도 금지 연장 관련 비판에 대해 “우리가 어떤 결정을 해도 비판 받을 수 있다. 달게 받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공매도 재개) 연착륙을 위해 일부 종목에 한해 하기로 했고, 이를 위해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는 현장 이야기가 있었다. 오해 받기 싫다고 3월 16일에 (공매도를) 재개하는 게 옳은가”라고 되묻기도 했다.
금융위는 공매도 금지 연장 발표 직후 배포한 설명자료에서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유발한다는 주장은 현재까지 이론적, 실증적으로 타당성이 검증된 바 없다”며 “주요 선진국에선 코로나19로 인한 증시 급락 상황에서도 공매도 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한편 반공매도 선봉에 서면서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연대 대상으로까지 거론된 월스트리트베츠 유저들은미 금융 당국의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월스트리트베츠 유저들을 대상으로 주가 조작이나 시장 교란, 허위사실 유포 등 혐의가 있는지 조사에 착수할 가능성이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게임스톱, AMC엔터테인먼트, 블랙베리 등 최근 뚜렷한 이유 없이 주가가 크게 요동친 종목들이 조사 대상에 올랐다. SEC는 유저들이 주가 조작의 목적을 가지고 게시물을 올려 게임스톱의 주가를 폭등시켰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게임스톱 매수운동이 순수한 개인들로부터 촉발됐는지, 전문 투자가들이 개입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민아 김지훈 기자 mina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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