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의 4차 재난지원금 보편·선별 병행 지급 방침에 강하게 반발했던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몸을 낮췄다. 여당 지도부는 사퇴론까지 거론하며 홍 부총리에 대해 강한 압박에 나섰지만 조만간 양측이 한발씩 물러서면서 봉합될 공산이 커 보인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지도부 인사는 “홍 부총리가 위기상황에서 재정의 역할을 간과하고 있다”며 홍 부총리의 자진사퇴를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부총리를 비판하는 공개 발언도 쏟아졌다. 염태영 최고위원은 최고위에서 “홍남기 부총리가 내부적으로 신중하게 논의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SNS를 통해 감정이 묻어날 정도로 여당 대표의 의견을 반박한 건 부적절했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5선 중진인 설훈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서민의 피눈물을 외면하는 곳간지기는 자격이 없다”고 했다. 한 최고위원은 “당은 당대로, 부처는 부처대로 자기 입장이 있지만 관리 가능한 정도여야 한다”며 홍 부총리를 향해 날을 세웠다.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낙연 민주당 대표에게 반기를 든 홍 부총리는 이날 해명에 나섰다. 그는 국회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어제 이낙연 대표의 연설은 공직생활을 하면서 가장 격조 있고 정책 콘텐츠가 탄탄한 대표연설이었다”고 추켜세웠다. 또 “어제 페이스북 글은 재난지원금, 추가경정예산(추경)과 관련한 이견 사항이 확정된 것으로 전달될까봐 재정 당국 입장을 절제된 표현으로 말씀드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날 ‘지지지지’(知止止止·그침을 알아 그칠 곳에서 그친다)란 사자성어까지 쓰며 부총리직에서 물러날 수도 있다는 뉘앙스와는 크게 달라졌다는 평이다.
당정 안팎에서는 홍 부총리의 전날 발언은 ‘배수의 진’을 쳤다기보다 사기가 크게 떨어진 기재부 직원들을 다독이기 위한 ‘내부용’이었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신뢰를 등에 업고 할 말은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지 사퇴까지 염두에 둔 건 아니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지난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성장세’였으나 다른 선진국에 견줘 선방했다고 평가한 홍 부총리의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했다. 홍 부총리 경질론이 최고조에 이른 지난해 말에는 기재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내년에도 잘해주기 바란다”고 재신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결국 4차 재난지원금이 필요하다는 원칙에는 이견이 없는 당과 정이 한발씩 물러서서 조만간 추경 편성 작업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여당 관계자는 “서울시장 선거 전 추경으로 보편과 선별 지원 재원 모두를 담으려는 여당과 당장 쓰지도 않을 보편지원 재원을 미리 담을 수 없다는 홍 부총리의 의견 차이가 불거진 것일 뿐”이라면서 “홍 부총리가 과거 당정 갈등 때처럼 한발 물어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박재현 기자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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