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청약제도 손봐야 합니다. 청약제도가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고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이 글에서 “현재 청약 제도는 1인 가구나 부양가족이 적은 사람이 영원히 당첨되기 어려운 구조”라며 “나이가 50세가 되더라도 청약은 꿈도 못 꾼다. 50세가 될 때까지 무주택자일 경우 당첨 기회를 주는 쪽으로 제도를 손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점제 위주의 청약 제도하에서 부양가족이 없는 1인 가구가 청약 당첨될 기회가 없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실제로 청약 제도를 분석해 보면 1인 가구의 당첨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우선 가점은 크게 무주택 기간과 부양가족 수, 청약통장 가입 기간으로 나눠 84점 만점인데 이 가운데 가장 큰 배점을 차지하는 것은 35점 만점의 부양가족 수다. 본인 포함 동거가족 1인당 5점씩 계산하면 되는데 부양가족이 없는 1인 가구는 무주택 기간(최대 32점)과 청약통장 가입 기간(최대 17점)이 아무리 길어도 부양가족 분야에서 5점밖에 못 받기 때문에 기껏해야 54점이 한계다. 세대수가 적거나 아파트가 아닌 주택 청약에서는 54점으로 당첨된 사례가 없지 않다. 하지만 아파트라면 얘기가 다르다. 지난해 서울 지역 당첨자 평균 가점은 60점을 넘겼다.
1인 가구는 신혼부부 등에 지원하는 특별공급에서도 혜택을 받기 어렵다. 그나마 1인 가구가 노려볼 수 있는 특공은 생애최초 주택 구매자에 한하지만, 소득 기준 등이 있고 물량에 제한이 있다.
문제는 1인 가구가 최근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 1인 가구는 614만8000가구로 전체 가구 수의 30.2%나 된다. 10가구 중 3가구가 1인 가구인 셈이다.
물론 1인 가구에 대한 정부의 주거 지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지난해 주거복지로드맵을 통해 역세권과 대학가 등에 1인 가구가 살 수 있는 공유주택을 2025년까지 35만 가구 짓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주거 지원은 대부분 20~30대 청년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아파트에 사는 1인 가구 비율은 2015년 27.6%에서 2019년에는 31.3%로 점점 증가 추세다. 하지만 1인 가구 가운데 자가에 사는 비율은 30.6%로 전체 가구 평균(58.0%)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반면 월세 비율은 38.0%로 전체 가구 평균(19.7%)의 약 2배다.
그러나 정부는 1인 가구에 대한 청약 확대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1인 가구의 청약 당첨을 확대하면 가뜩이나 결혼과 출산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비혼과 출산 기피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청약으로 공급하는 주택 물량이 한정된 상황에서 1인 가구에 대한 청약 지원 확대가 다자녀 가구 등 주거안정이 시급한 가구의 내 집 마련을 지연시킬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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