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공급 부족하지 않다더니… 은근슬쩍 ‘공급 속도전’

당정청, 도심 공급 확대 작업 박차… 4월 보선 겨냥 정책전환 의구심


정부가 최근 들어 서울 등 도심 내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일 국무회의에서 “혁신적 주택 공급 대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라”고 지시하자 국토교통부는 다음 달 설 연휴 전에 도심 내 주택 공급 확대 방안 발표를 예고했다.

이런 움직임은 그동안 정부가 “주택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고 주장해온 것과는 결이 확연히 다르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갑작스러운 정책 전환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시각과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선거용 정책 전환’으로 의심하는 시각이 교차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부동산 시장 불안정은 수급 요인이 가장 컸다. 공급이 부족한 게 아니냐는 인식”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공급 확대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7월 김현미 당시 국토부 장관이 “서울 주택 공급은 부족하지 않다. 서울에서 연간 4만 가구 이상 아파트가 공급되고, 2022년까지 입주 물량도 지난 10년 평균보다 35% 많다”고 말한 것과는 온도 차가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와 내년 서울 아파트 평균 입주 물량은 3만9000가구로 과거 10년 평균 입주 물량(3만4000가구)을 웃돌 전망이다. 그런데도 공급 속도전에 나서는 배경에 대해 국토부는 ‘초저금리와의 전쟁’을 내건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5만3000가구로 ‘단군 이래 최다’인데도 초저금리와 전세난 등으로 주택시장 혼란이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국토부가 할 일은 공급 확대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앞서 지난해에도 서울 권역에 택지 개발과 공공재건축, 공공재개발 등을 통해 총 13만2000가구의 주택을 공급하기 위한 8·4 대책을 발표했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6·17, 7·10 대책 및 임대차법 개정에 따른 후폭풍으로 전세난과 매물 잠김, 풍선효과 등이 본격화되면서 시장 안정에 큰 효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정부는 이에 국토부 장관 교체를 계기로 공급 속도전으로 전환한 모양새다. 변창흠 국토부 장관은 최근 주택 공급기관 간담회에서 분양 아파트 중심의 신규 공급과 공급 관련 규제 완화 방침을 밝혔다. 여당에서도 공공 소규모 재건축 사업 참여 시 법적 상한의 120%까지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고 기부채납 비율도 20%까지 줄일 수 있도록 한 법 개정안을 냈다. 8·4 대책 당시 증가 용적률의 최대 70%를 기부채납으로 환수하겠다고 밝힌 것보다 상당히 완화됐다.

다만 이런 갑작스러운 기류 변화의 배경에 대해서는 여러 의문이 제기된다. 두성규 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불과 얼마 전까지 개발이익 환수와 기존 정책 유지 의사를 내비쳤는데 정책 기조 변화에 대한 명확한 설명도 없이 공급책을 내고 있다”고 꼬집었다. 다른 전문가도 “그동안 정부가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선거 외에 다른 전환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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