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집단감염이 잇따르고 있는 요양병원·요양원의 종사자들이 ‘감염지 근무자’라는 낙인과 정부의 지원 부족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7일 국민일보가 만난 요양병원 종사자들은 정부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인력을 쥐어짜며 방역과 업무를 병행해 나가고 있었다.
수도권 한 요양병원의 간호과장 B씨는 “의료진과 간병인이 죽어라 일하지 않았으면 이곳에 있는 분들이 수없이 죽어 나갔을지 모른다”고 했다. 이 병원은 지난해 ‘코호트 격리’가 되면서 간호 인력 12명 중 5명이 자가격리에 들어가 7명이 3교대 근무를 했다. 국가 지원이 없는 탓에 남아 있는 의료진이 자발적 연장근로를 하는 등 인력난에 허덕이며 2주간 갇혀 있는 40명의 환자를 돌봤다.
피해 수습에 대한 책임은 근무자들이 감당했지만 보건 당국의 황당한 지시도 꽤 내려왔다고 한다. 처음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보건 당국은 ‘기존의 환자를 빼라’고 통보했다고 한다. 일반 환자들을 내보내고 병실을 확보해 코호트 격리를 하는 확진 환자들의 동선을 넓히라는 것이었다. B과장은 “자식조차 돌보기 어려워 이곳에 온 환자들인데 내쫓으라는 말을 그렇게 쉽게 해도 되느냐”고 한숨을 쉬었다.
지난해 12월에는 ‘모든 요양병원 종사자들의 사전 동선을 제출하라’는 지침이 내려오기도 했다. 아직 방문하지도 않은 곳을 적어 동선을 예측해 보고하라는 것이다. 총무과 근무자 C씨는 “최근에도 모든 종사자의 동선을 보건소에 다 제출하라고 해서 전 직원들이 방문한 집 앞 마트부터 이동 교통수단까지 매일 보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탓에 외부 활동을 아예 하지 않거나 감염 전파가 우려돼 몇 달째 가족들과 겸상조차 하지 않는 종사자도 있다.
기저질환자가 다수인 요양병원에 대한 경고음이 지속해서 울렸음에도 그간 방역 지원은 턱없이 부족했다. 요양병원은 개인사업장이어서 줄곧 방역물품을 자비로 충당해 왔다. 이 병원은 지난해 방역 물품을 구매하는 데만 수천만원을 지출했다. 그런데도 ‘방호복이 모자라면 구매하라’ ‘위생을 위해 전 직원 여벌 옷을 더 구매하라’는 식의 보건소 지침이 계속 내려왔다고 한다. B과장은 “비용을 생각하면 그냥 입던 옷을 한번 더 입고 들어갈까 하는 충동이 든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며 “그러다가도 나 하나가 퍼뜨리면 안 된다는 생각에 마음을 금방 접었는데, 이런 생각이 드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답답해했다.
면회 금지 조치로 인해 환자·보호자의 가중된 스트레스도 고스란히 종사자가 감내하고 있다. 의료진·간병인에게 지팡이를 휘두르거나 환자끼리 다투는 일도 다반사다. 매일 쏟아지는 택배를 일일이 분류해 환자에게 전달하기도 한다. ‘냉면을 사 달라’는 등의 요구를 들어주느라 의료진이 음식 배달까지 하는 실정이다.
D간호사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요양병원 이미지가 최근에 나빠지면서 보호자로부터 ‘묶어놓는 거 아니냐’ ‘수면제 막 쓰는 거 아니냐’는 식의 문의 전화를 수시로 받고 있다”며 억울해했다. 그는 “일일이 환자 상태를 영상으로 찍어서 보호자들에게 매일 건네주는데도 새벽에 부모님이 보고 싶다며 전화 연결을 요구하는 보호자들 때문에 24시간 휴대전화를 꺼놓지도 못하고 있다”고 했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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