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코로나19로 수 개월째 재택근무중인 박모(49)씨. 얼마 전부터 속이 쓰리거나 갑갑하고 더부룩한 증상으로 불편함을 느껴왔다. 동네 소화기내과에서 내시경 검사를 받아봤지만 위와 장에는 이상이 없었다. 의사는 뜬금없이 심장 정밀검사를 권했고 심장내과에서 생각지도 못한 협착증 진단을 받았다. 심장 관상동맥의 중요 부위(좌전하행지 근위부)에 90% 협착이 발견됐고 곧바로 스텐트(금속 그물망)와 풍선을 넣어 혈관을 넓히는 시술을 받았다. 박씨는 “단순히 체한 줄 알았는데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고 했다.
#2. 김모(55)씨는 심장 이상 신호를 단순 소화불량으로 대응하다 심근경색까지 경험해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 체한 것처럼 소화가 잘 안되자 소화제를 먹어보고 손·발가락도 따 봤지만 속이 갑갑한 증상이 심해지고 식은땀까지 나자 급기야 119를 불러 응급실을 찾았다. 김씨는 의사로부터 “위험한 행동을 했다”며 야단을 맞고 심장혈관조영술을 받았다. 그의 관상동맥 중 한 가닥이 완전히 막혀 있었던 것. 긴급히 혈관 확장 시술을 받고 위기를 넘겼다. 의사는 “한 시간만 늦게 왔더라면 심장근육 손상 부위가 더 광범위해져 일상생활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했다.
#3. 초등교사 박모(45)씨는 최근 부쩍 목이 자주 뜨겁고 뭔가 걸린 듯한 이물감을 느끼곤 했다. 직업 특성도 있고 워낙 목이 약해 목에 좋다는 도라지청을 구입해 물에 타 마시기도 했다. 그럼에도 목 화끈거림은 계속됐고 후두염인가 싶어 이비인후과를 찾았지만 이상이 없는 걸로 나왔다. 의사 권유로 심장검사를 받은 결과 역시 관상동맥에 심한 석회화(지방 찌꺼기가 쌓임)가 발견됐다. 심장내과 의사는 “협심증은 전형적으로 가슴 한 가운데 통증으로 나타나지만 목으로 퍼지는 ‘방사통’만 느끼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심장 혈관의 이상 신호를 단순히 소화기 증상으로 오인해 방치했다가 큰 화를 입을 뻔한 사례들이다. 돌연사로 이어지기도 하는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의 전형적인 증상은 가슴통증과 호흡곤란, 식은땀 등이다. 하지만 속이 쓰리고 체한 것 같은 비(非)전형적인 증상도 많이 나타난다. 강남베드로병원 심장내과 김경수 원장은 28일 “흔히 심장질환하면 ‘심장을 퍽 하고 내리치는 통증’으로만 생각하기 쉬운데, 심근경색 환자의 20~30%는 전형적 가슴통증 없이 ‘속이 쓰리다. 가슴이 뜨겁다. 체한 것 같다’는 소화불량 증상을 호소한다”고 설명했다.
위와 심장은 횡경막을 두고 아래위로 가까이 위치해 있다. 심장의 관상동맥 중 하나가 위쪽으로 내려가는데, 이 혈관에 문제가 생기면 체하거나 소화가 안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 특히 고령자의 경우 통증 감각이 무뎌져 가슴에 통증이 있어도 위에 이상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소화기 증상 외에도 목이 졸리거나 아프고 어깨, 팔·손 등에 통증이 느껴지기도 한다. 고령자는 기운이 빠지고 의식을 잃기도 한다. 소변을 제대로 못 볼 수도 있다.
김 원장은 “심근경색으로 인한 증상들을 잘 숙지하고 15분 이상 지속되면 최대한 빨리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1~2시간 내에 치료받아야 후유증이 거의 남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특히 겨울에는 혈관이 급격히 수축해 심장혈관 질환이 여름보다 50%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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