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전이 가져온 동족상잔, 가뭄으로 인한 식량 부족,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고난과 상처가 얼룩진 땅에 복음 담긴 축구공이 희망을 쏘아 올렸다. 지난 3일(현지시간) 탄자니아에서 열린 동아프리카 20세 이하(U-20) 챔피언십 대회에서 동메달을 딴 남수단 축구대표팀 이야기다.
“승리를 확정 짓는 휘슬이 울린 후 모든 선수가 부둥켜안고 ‘갓 블레스 유’를 외쳤습니다. 늘 기도해온 것처럼 믿음이 필드를 지배했고 하나님께서 우리를 통해 기적을 보여주신 겁니다. 남수단 국민들의 모습에서 2002년 월드컵 대한민국 4강의 기적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8일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임흥세(65·남수단 축구대표팀 총감독) 선교사의 목소리에선 이제 막 경기를 승리로 이끈 지도자로서 감격이 느껴졌다. 남수단 축구 역사상 공식 국제대회에서 4강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8년 전 축구로 복음을 전하기 위해 남수단으로 떠난 임 선교사가 국가대표팀 감독, 12~20세(U-12 U-15 U-17 U-20) 유소년 전담 국가대표 총감독을 맡아 지도하며 일궈낸 금쪽같은 성과다. 지도자로서 김주성 하석주 홍명보 선수를 육성하며 명성을 떨치던 그는 2006년 ‘아프리카에 축구로 희망과 복음을 심겠다’는 뜻을 품고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건너가 스포츠 선교사로 활동해왔다(국민일보 2017년 4월 26일자 33면 참조).
남수단은 이 대회에서 4회 연속 예선 탈락했지만, 다섯 번째 도전은 달랐다. 동아프리카 최강 우간다와 예선 1차전에서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0대 0 무승부를 기록한 데 이어 2차전에선 브룬디를 4대 0으로 대파하며 결선 토너먼트에 올랐다. 사상 첫 4강 진출을 넘어 우승까지 바라봤지만 탄자니아와 준결승 경기가 발목을 잡았다. 노골적인 편파 판정 등 개최국 텃세가 이어지며 0대 1로 석패했다.
임 선교사는 경기장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는 선수들을 일으키며 “여기까지 온 것만도 하나님의 은혜다. 국민들에게 더 큰 희망을 줄 다음 경기를 준비하자”고 다독였다. 3·4위전에서 만난 케냐는 이 대회 우승 경력이 있는 동아프리카의 강호였다.
“경기 전 선수들과 센터 서클에 모여 기도로 무장했습니다. 기술과 체력이 부족해도 믿음의 힘으로 필드를 달리자고 했지요.”
결과는 2대 1 승리.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둔 남수단 선수들은 국민들의 뜨거운 환영을 받으며 수도 주바에서 축하 퍼레이드를 펼쳤다. 사이먼 저스틴(18) 선수는 최우수 골키퍼 상을 받는 겹경사를 맞았다.
임 선교사는 “오랫동안 내전에 시달린 국민들의 상처를 희망으로 치유해 줄 남수단 축구팀을 응원해 달라”고 당부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