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의 여파로 국내 혈액 수급에 경고등이 켜졌다. 지난 1일 기준 국내 총 혈액보유량은 3.5일분, 혈액수급 위기단계 ‘관심’ 수준이다. 적정 혈액보유량은 5일분이다. 지난 5월13일에는 혈액보유량이 2.7일분으로 떨어져 ‘위기’단계가 발령되기도 했다.
이는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실시와 외출 자제 권고로 헌혈기관 방문자가 감소하면서다. 이에 지난달 27일 서울 마포구 양화로 헌혈카페 홍대점에 방문해 직접 헌혈을 해봤다. 헌혈카페 입구에는 체온계·손소독제·QR코드 인식기 등이 비치돼 있었다. 방문자는 입장과 동시에 체온 측정과 손 소독을 하고 방문 기록을 남겨야 했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방문객은 입장할 수 없었다.
채혈에 앞서 전자 문진과 대면 상담이 진행된다. 태블릿PC를 이용해 객관식 질문지를 작성하면 된다. 최근 일주일, 길게는 6개월간 생활을 복기해야 한다. 헌혈을 하려면 전날 5시간 이상 수면을 취해야 한다. 또 3~4일 내 항생제성 감기약, 1개월 내 여드름약·탈모약 등을 복용했다면 헌혈을 할 수 없다. 일주일 내 보톡스 시술을 받았거나, 6개월 내 피어싱과 문신 시술을 받은 사람도 헌혈이 불가능하다.
전자 문진 이후 혈압을 측정하고 나면 간호사와 대면 상담이 이뤄진다. 헌혈 가능 여부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단계다. 신분증 확인과 과거 헌혈 기록 조회도 거친다. 1년에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전혈헌혈은 최대 5회다. 한 번 전혈헌혈을 하면 8주가 경과해야 다시 할 수 있다. 다만 성분헌혈의 경우 2주 후부터 다시 할 수 있으며, 연 24회까지 가능하다.
전혈헌혈은 혈액의 모든 성분을 채취하는 방식으로 약 20분이 걸린다. 성분헌혈은 혈액에서 혈장이나 백혈구만 채취하는 방식이다. 혈액에서 채취한 성분 외 나머지 성분은 다시 헌혈자의 몸에 돌려주는 과정을 거쳐야하기 때문에 약 1시간이 소요된다.
대면 상담을 하면서 혈액 샘플도 채취한다. 손가락 끝에서 혈액을 한 방울을 채취해 혈액형, 혈액비중, 혈색소 수치 등을 측정한다. 혈색소 수치가 12.5(g/dL)이상이면 전혈헌혈을 할 수 있다. 12 이상 12.5 미만이면 성분헌혈만 할 수 있다. 12 미만으로 떨어지면 헌혈을 할 수 없다.
이후 채혈을 기다리는 동안 ‘조혈모세포 기증 희망등록’에 대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조혈모세포는 골수 내부에서 혈액을 만들어내는 세포다. 백혈병이나 혈액암 환자들은 완치를 위해 적절한 시기에 건강한 조혈모세포를 이식받아야 한다. 이식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환자와 공여자의 조직적합성항원(HLA)이 일치해야 하는데, 일치 확률은 부모 5%, 형제자매 25%로 가족간 이식이 어려운 경우가 흔하다. 혈연이 아닌 타인과 HLA가 일치할 확률은 0.00005%로, 2만 분의 1 수준이다.
조혈모세포 기증 희망등록 절차를 안내해 준 김남훈 한마음운동본부 생명운동센터 활동가는 “HLA가 일치하는 환자와 기증 희망자가 연결되더라도, 기증 희망자의 건강 상태와 의사를 재차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실제 공여로 이어지기까지 과정이 매우 지난하기 때문에 유럽에서는 조혈모세포 공여를 굉장한 행운이자 축제로 여긴다”고 설명했다.
채혈실에 들어서면 채혈석에 앉아 팔을 걷고 소독을 한다. 채혈을 위해 바늘을 꼽기 전, 진행할 헌혈 유형과 혈액형을 구두 문답으로 재차 확인한다. 채혈 중에는 별 다른 통증이 없었으며, 원활한 혈액이동을 위해 손을 쥐고 피는 운동을 반복했다. 채혈이 이뤄지는 동안 언제든 물이나 음료를 마시며 수분을 보충할 수 있다.
한송이 한마음혈액원 혈액기획팀 과장은 “헌혈을 하다가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례는 지금까지 단 1건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방역관리가 철저히 이뤄지고 있고, 헌혈은 면허를 가진 의료진이 진행한다”며 “헌혈 과정 중 감염성 질환에 노출될 위험은 매우 낮다”고 덧붙였다.
한성주 쿠키뉴스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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