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 송전교회(권준호 목사) 입구에는 ‘추수감사 영상축제 헌물’ 명단이 붙어 있다. 카페 이용권, 양식 식사권, 중식 식사권, 치킨, 피자라고 적힌 곳마다 성도들의 이름이 빼곡하다. 교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타격을 입은 지역 상권을 살리기 위해 추수감사 영상공모전 상품으로 지역 외식업체에서 이용할 수 있는 상품권을 지급하기로 했다. 성도들은 명단에 직접 이름을 적고 상품권을 헌물해 지역 상권을 돕는 일에 동참했다.
지역 상권 지원은 교회가 지역사회를 위해 마련한 ‘행복 섬김 프로젝트’ 중 하나다. 교회는 지난달 16일 설립기념 주일을 맞아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과 함께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을 섬기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독거노인을 위한 김치 봉사부터 지역 학생 장학금 지원, 지역 방역 작업, 개척교회 월세 지원 등 항목만 아홉 가지다.
프로젝트는 권준호 목사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코로나19로 대면예배는 물론 기존 지역사회 연계 행사도 못 하게 되자 권 목사와 성도들은 올해 상반기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성경책만 들고 나가도 쏟아지는 지역 주민들의 따가운 눈총에 위축되곤 했다. 그러나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권 목사는 마음을 바꿨다.
그는 “상황이 어렵다고 소극적으로만 있기보단 더 적극적으로 빛과 소금의 사명을 감당하며 지혜롭게 나아가야 한다”며 “코로나19로 어려운 지역사회를 교회가 최선을 다해 돕는다면 지역 주민들의 시선도 달라질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교회를 향한 지역 주민들의 반응은 달라졌다. 교회는 지난달 말 독거노인들에게 성도들이 직접 담근 김치를 전달했고, 지역 내 아이들이 있는 300가정에 발목줄넘기, 잡곡쌀, 마스크 등 생필품과 놀잇거리를 담은 행복 선물 상자를 배송했다. 대부분 신앙이 없는 사람들이다. 선물을 받은 가정에선 ‘좋아하는 먹거리와 장난감이 있어 아이들이 행복해했다’ ‘교회에서 좋은 일을 해서 늘 감사하다’ 등의 피드백을 보내왔다.
프로젝트는 성도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바탕이 됐다. 재원은 교회 설립기념 헌금으로 마련했다. 이웃을 돕는 일에 쓰인다는 소식에 예년보다 많은 성금이 모였다. 성탄절 주민들에게 보낼 ‘사랑의 상자’는 헌금 대신 성도들이 헌물한 생필품으로 채울 계획이다.
성도들의 적극적인 참여는 교회의 꾸준한 제자훈련 덕분에 가능했다. 2002년 부임한 권 목사는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성도들을 양육했다. 올해 맥추감사절부터 진행한 ‘감사 행전’은 전 성도를 위한 제자훈련이다. 권 목사는 ‘불평하지 말기’ ‘먼저 인사하기’ 등 매일 한 가지씩 감사 미션을 보내고 성도들이 미션을 수행하는 모습을 기록하게 했다. ‘택배기사에게 감사 표현하기’ ‘외식 데이’ 등 지역사회를 위한 미션도 포함됐다.
권 목사는 “교회의 존재 목적 중 하나는 지역 섬김”이라고 강조했다. 교회는 이전에도 매년 어린이날에 ‘어린이 꿈축제’를 열고 17년째 노인대학을 운영하는 등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활동을 해왔다. 최근엔 교회 리모델링으로 새로 개관한 드림센터에 놀이기구를 들이고 훈련받은 봉사자를 배치해 안심하고 아이들을 맡길 수 있는 ’키즈랜드’를 마련했다.
권 목사는 “교회가 칭찬받아야 믿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사도행전 2장 47절 말씀처럼, 교회가 지역을 위해 존재하며 지역 주민들과 함께할 때 전도도 될 수 있다”며 “코로나19에 위축되지 않고 꾸준히 이웃을 섬기며 길을 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용인=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
[복음전파 사명의 기록 코로나행전]
▶①코로나로 눈뜬 제2 사역… ‘삶으로 예배하는 그리스도인’ 기록
▶③성도와 함께 만드는 큐티… 일용할 양식이 풍성해졌다
▶④토요일 시작하는 주일 분산예배… ‘시간·방역’ 두 토끼 잡다
▶⑤신앙상담·성경퀴즈·가족오락관… ‘유튜브 목회’로 소통하다
▶⑥44만㎞ 뛴 구형 승용차에 빵 가득 싣고 예수사랑 나눔
▶⑦고용 악화 속 위기에 내몰린 사람들 마음을 돌보다
▶⑧예멘 난민이 화요일마다 수원역 노숙인을 찾는 까닭은…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