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교회가 어렵습니다. 주일 현장예배를 드리지 못한 초유의 상황이 몇 달이나 지속했습니다. 일부 교회의 잘못으로 사회에서 교회를 보는 시선도 따갑습니다. 그럼에도 다수의 한국교회는 코로나19 기간 묵히 복음 전파의 사명을 감당해 왔습니다. 성경에 쓰인 대로 이웃사랑과 생명존중을 실천한 교회와 기관들의 행동(ACTS)을 ‘코로나행전’ 시리즈로 기록하려 합니다. 코로나19 시대 새로운 복음 전파의 지혜를 독자 여러분과 함께 나누겠습니다.

예배당 세 면이 만화책이다. 십자가를 바라보고 오른쪽에 있는 자모실엔 아이들이 즐겨 읽는 학습만화, 입구 쪽에는 엄마들이 좋아하는 순정만화가 배치돼 있다. 왼쪽 벽엔 아빠들이 좋아했던 드래곤볼, 슬램덩크, 고우영 화백의 십팔사략은 물론 만화로 된 신앙 서적까지 빼곡하다. 지난해 4월 부활절 새로 문을 연 부산 기장군 내리초등학교 옆 한 상가의 좋은나무교회(신재철 목사) 내부 모습이다.
주일엔 예배당, 평일엔 무료 만화카페를 겸한 이 교회는 그러나 지난 2월부터 만화카페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때문이다. 주일예배도 코로나19 상황이 호전됐던 몇 주를 제외하곤 대부분 온라인으로 드렸다. 이웃을 위한 교회가 감염의 빌미를 제공해선 안 된다는 판단으로 내린 선택이지만 개척 2년 차 교회에 지난 8개월은 너무도 가혹한 시련이었다. 지난 23일 취재를 위해 방문했을 때도 신재철(40) 목사 홀로 교회를 지키고 있었다.

“교회는 항상 문이 열려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도서관보다는 만화방 같은 교회가 더 접근성이 좋다고 봤죠. 개척 비용을 모아 약 3000권의 만화책을 갖췄습니다. 상가 위층에 태권도장이 있어요. 어머니들이 아이를 맡기고 여기서 쉬세요. 아이들이 엄마 손을 끌고 오기도 하고요. 평일엔 아내가 나와 있었는데 엄마들과 교육문제 등을 이야기하고, 그러다 신앙생활 고민도 나누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교회에 발을 디뎌 볼까 하는 접점이 만들어졌는데, 8개월째 못하고 있는 겁니다. 그동안 월세는 꼬박 나가서 벌써 수백만원이 지출됐습니다. 물론 아깝죠.”
기독교한국침례회 소속으로 침례신학대 학부와 대학원을 졸업한 신 목사에게 개척은 오래된 소명이었다. 연고가 없는 부산에서 중형교회 부목사 생활을 거쳐 ‘좋은나무’ 이름으로 개척했다. 마태복음 7장 17절 “좋은 나무마다 아름다운 열매를 맺고”라는 말씀에서 유래했다. 개척 1년 반을 지나며 어른 성도는 20여명, 아이들은 10여명으로 늘었다. 개척 초기에 성도가 이 정도로 늘어난 것 자체가 이례적인데 신 목사의 아르바이트와 연결돼 있다.
신 목사는 부산 송정에서 40세대 초소형 아파트의 1인 청소부이자 관리소장으로 월 80여만원을 받고 일한다. 하루 2시간 남짓 아파트 청소와 행정 업무를 하는데 올해는 태풍이 잦아 침수 피해를 복구하느라 고생했다. 아파트 여러 세대를 진심으로 돌보는 젊은 목회자를 보면서 주민들이 하나둘 복음을 받아들이게 됐다.

코로나19로 사방이 막혀 있던 지난 7월 좋은나무교회는 ‘좋은인터뷰’를 시작한다. 신 목사는 유튜브를 또 하나의 사역지로 봤다. 유튜브 계정 ‘좋은인터뷰’를 통해 삶으로 예배하는 이들을 직접 찾아가 질문하고 답변을 들은 뒤 이를 10여분짜리 영상으로 제작해 올린다. 좋은씨앗의 이강혁 목사, CCM 아티스트 김명식 집사 등 찬양사역자뿐만 아니라 로고스서원 김기현 목사와 ‘우리교회 독서모임’의 저자 조은정 교사 등을 만났다. 신 목사는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개척지를 지키는 동시에 온라인으로 활동 반경을 넓혀가고 있다.
“유재석씨의 방송 ‘놀면 뭐하니’를 보고 느낀 바가 많았습니다. 힘들더라도 안 해 본 것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좋은나무교회의 좋은인터뷰를 시작한 것이죠. 코로나로 고립감이 심했는데, 좋은 그리스도인을 만나 각자 삶으로 예배하는 모습을 담아 보자고 생각했습니다. 최소 장비인 스마트폰과 삼각대, 무선 핀 마이크만 사용해 촬영하고 간단한 프로그램으로 편집합니다. 아, 미역도 필요합니다. 인터뷰에 응해준 분들께 감사 인사로 기장 특산물 미역을 건네곤 합니다. 하루하루 잘 버티는 게 목표입니다. 힘들고 고단하지만 재밌게 사역하려 노력합니다.”
부산=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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