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의 역사는 오직 하나님의 뜻대로 이루어진다

정신이 번쩍 들게 만드는 기사를 접한 적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마당에서 빨래를 널다 땅에 넘어져 오른쪽 손목에 1㎝ 정도 찢어지는 상처를 입었습니다. 육안으로는 큰 상처로 보이지 않았기에 병원에 가서 세 바늘 정도 꿰매고 돌아왔습니다.

하루가 지나 통증이 심해지자 다시 병원을 찾았습니다. 이번에는 엑스레이도 찍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런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상처 부위만 소독하고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상처는 더욱 심하게 곪아 갔습니다. 그 사람은 결국 수술대에 올랐습니다. 상처 부위에서 5㎝ 길이의 작은 나무 조각이 발견됐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던 그 나무 조각은 그를 15일 후에 죽음으로 몰고 갔습니다. 불과 1㎝밖에 안 되는 상처가 가져온 어이없는 죽음이었습니다. 아무리 하나님과 깊이 교제한 사람이라 해도 영성이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영이 무뎌지지 않도록 더욱 기도에 힘써야 합니다.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도 기운이 다해 하나님의 부름을 받게 됩니다. 사라가 죽은 후 37년을 더 살다가 175세에 세상을 떠납니다. 이삭과 이스마엘이 아버지를 막벨라 굴에 장사했다는 사실은 사라와 함께 묻히는 것 이상의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이방 땅인 가나안에 묻힌 것은 언젠가 하나님이 이 땅 전부를 주시겠다는 약속에 대한 믿음의 표현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아브라함을 통해 구원의 역사를 이끌어 오신 하나님은 약속의 아들 이삭을 통해 지속적으로 그 약속을 이뤄 가실 것입니다.

성경은 이삭의 후예를 간단하게 언급하고 이삭을 집중적으로 소개합니다. 하나님께 기도함으로 이삭이 아들을 얻게 된 것은 메시아의 계보가 사람의 결혼을 통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간섭과 은혜로 된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리브가의 임신은 처음부터 특별한 신탁으로 시작됩니다. 형이 동생을 섬길 것이라는 신탁은 당시 관습을 거스르는 일이지만, 하나님의 나라는 자연 질서나 풍습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대로 이뤄진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장자의 자격이 없으면서도 하나님의 구속 역사에 선택되고 쓰임 받는 것은 하나님이 인류 역사의 주권자이심을 보여줍니다.


에서가 장자권을 야곱에게 넘긴 것은 성경에 나오는 가장 어리석은 사건 중 하나입니다. 사냥을 마치고 돌아온 에서는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붉은 죽 한 그릇에 장자권을 동생에게 넘깁니다. 에서의 장자권 포기는 여러 의미를 지닙니다. 첫째, 에서는 장자권을 가볍게 여김으로 장자로서의 권한과 책임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둘째, 에서가 장자권을 가볍게 여긴 것은 아버지에 대한 태도뿐 아니라 하나님에 대한 불신앙을 보여줍니다. 셋째, 에서가 지극히 육신적이고 생각 없이 급하게 움직이는 사람임을 보여줍니다. 에서는 세상과 육신에 빠져 하나님의 말씀이나 영적인 것들을 무시하는 사람의 특징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야곱은 교활한 행동으로 형의 장자권을 쟁취합니다. 야곱의 행동이 거짓은 아니지만 정당한 방법이라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야곱은 어머니 리브가로부터 하나님의 약속을 들었을 것이고 장자권을 쟁취하기 위해 늘 기회를 엿봤을 것입니다. 그러나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구원 역사는 인간의 교활한 술수를 통해 이뤄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는 알아야 했습니다. 하나님의 성품을 바르게 알았다면 하나님의 뜻이 선하게 이뤄지기 위해 인내하고 기다렸을 것입니다. 아무리 선한 목적이라 해도 부정한 수단을 정당화할 수는 없습니다. 하나님의 온전한 뜻은 선한 방법과 과정을 통해 정당하게 이뤄져야 합니다.


창세기 27장은 야곱이 아버지 이삭을 속이고 축복을 가로채는 사건을 기록합니다. 리브가는 정직한 방법을 포기한 채 연로한 남편을 속이고 야곱을 위해 거짓말로 축복을 빼앗는 방법을 택합니다. 야곱의 거짓말은 무너진 영성을 심각하게 보여줍니다. 자신을 아버지의 아들 에서라고 소개하면서, 아버지가 자신에게 명한 대로 사냥해서 음식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한 가정에 영적 질서가 무너진 가장 근본 원인은 아버지 이삭에 있습니다. 이삭은 하나님의 예언을 무시하고 형 에서를 축복하려 했습니다. 이삭은 나이가 많아지면서 눈이 어두워 잘 보지 못하는 상태가 됐습니다. 이는 무너진 이삭의 영성을 보여줍니다. 믿음의 아버지 아브라함의 아들이요 한때 고결한 신앙 인품을 지녔던 이삭이지만, 노년에 이르러서는 그의 영성도 힘없는 근육처럼 무너져 갔습니다. 이삭의 영성이 무너졌을 때, 이삭이 아내와 두 아들을 하나님의 사람으로 훈련하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믿음의 족장과 가정도 이렇게 무너질 수 있다면, 우리도 겸허히 자신을 돌아보고 시간이 갈수록 기도와 경건에 더욱 힘써야 할 것입니다. 이삭도, 리브가도, 에서도, 야곱도 온전하지 못했지만 하나님은 여전히 구원의 역사를 주도적으로 흘려보내고 계십니다. 연약한 우리에게도 소망이 있는 이유가 하나님의 신실하심에 있습니다.

류응렬 미국 와싱톤중앙장로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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