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 포스트 아베 레이스에서 사실상 독주체제를 굳혔다. 집권 자민당 내 주요 파벌들이 담합하듯 스가 지지 방침을 굳힌 데 이어 1일 총재 선거도 스가에게 유리한 중·참의원 양원 총회 방식으로 치르기로 결정됐다. 권력을 세습받은 도련님들이 주도하는 일본 정치판에서 ‘흙수저 총리’ 탄생이 임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NHK방송,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자민당 총무위원회는 이날 당 본부 회의에서 당원투표는 생략하고 양원 의원총회를 통해 신임 총재를 선출하기로 확정했다. 자민당 당칙은 ‘긴급을 요하는 경우’ 당원투표 없이 약식선거로 총재를 선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총무위는 아베 총리의 급작스러운 사임은 당칙에 규정된 긴급 상황에 해당한다며 약식선거 방침을 밀어붙여 관철시켰다. 이에 따라 오는 14일로 예정된 차기 총재 선거는 자민당 국회의원 394명과 각 도도부현(광역자치단체) 지부 연합회 대표 141명만 참가한 채 치러진다.
의원들 의사가 더 비중 있게 반영되는 총재 선출 방식을 선택함에 따라 이미 자민당 내 주요 파벌의 지지를 확보한 스가가 총리에 오를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 의원내각제 국가인 일본에서는 집권당 총재가 총리를 맡는다.
스가는 아베가 속한 자민당 내 최대 파벌 호소다파(98명), 2대 파벌 아소파(54명), 자민당 2인자인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이 이끄는 니카이파(47명)의 지지를 받고 있다. 스가를 지지하는 무파벌 의원도 30명 이상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자민당 의원 중 스가 지지 세력이 약 60%에 달했다고 분석했다. 스가 장관은 2일 저녁 출마 발표를 한다.
자민당 주요 파벌이 짜맞춘듯 스가 지지 의사를 밝히고 선거 과정에서 당원을 배제한 데 대해 ‘담합정치’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스가 지지를 밝힌 니카이 간사장이 총재 선출 방식 논의 진행을 맡은 점도 의구심을 높이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리 총리 선호도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은 이날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당원 투표 없이 총재 선거를 하는 것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스가는 ‘도련님 정치’가 횡행하는 일본 정치에서 보기 드문 흙수저 출신이다. 명문대 학벌이나 지역구 세습 없이 국회의원 비서로 시작해 관방장관까지 오른 인물로 ‘의원 세습 제한’을 자신의 정치 의제로 삼은 적도 있다. 고질적 ‘파벌정치’에서 비껴나 있는 무파벌 정치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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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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