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甲(갑)중의 甲’이라 불리는 포털사 네이버가 이달 20일 유통사들과 협력해 ‘장보기 서비스’를 개시했다. 이는 네이버가 유통사들을 자사몰에 입점 시켜 신선식품과 가공식품 생필품 등을 한데 모아 판매하는 방식이다. 기존 온라인과 오프라인 유통업계에선 당장 큰 파장은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회원 수만 4000만명 이상인 네이버의 영향력을 고려하면 태풍의 눈으로 급부상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지난 20일부터 홈플러스, GS프레시몰, 농협하나로마트, 현대백화점 식품관 등 유통 업체들과 손잡고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를 시작했다. 오프라인에선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만 상대적으로 온라인에선 약체로 평가 받는 곳들이다. 그동안 쿠팡을 필두로 한 이커머스에 공세에 고전하던 이들 유통사들이 네이버와의 연합전선으로 돌파구 마련에 나선 셈이다.
앞서 네이버는 지난해부터 전통시장에서 파는 신선 식재료와 반찬, 꽈배기 찹쌀떡 등 먹거리를 온라인으로 주문해 2시간 내에 배달하는 서비스인 ‘동네시장 장보기’를 운영해 왔다. 현재 서울과 경기, 경남 일부 지역 전통시장 32곳에서 이용 가능하다. 네이버 측은 이번 제휴 스토어 확대를 통해 급증해가는 온라인 장보기 수요에 대응해 사업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네이버 장보기의 강점은 편리함과 주목도다. 뉴스 기사와 라이프 콘텐츠 등으로 네이버는 ‘온라인의 대문’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회원 수 4000만명이 넘는 높은 접근성을 식료품 주문으로 연결시키겠다는 것이 네이버의 전략이다. 여기에 대형 유통사들의 유통망을 이용하면 새벽배송도 가능해진다. 이와 관련 올해 초 네이버는 ‘종합 쇼핑 플랫폼으로의 도약’을 선언한 바 있다.
이용고객들은 네이버 아이디만 있으면 각 유통업체마다 가입할 필요가 없다. 또한 네이버페이로 간편결제도 가능해진다. 최대 7%까지 결제 금액을 포인트로 적립 받을 수 있다. 이미 지난 23일부터 홈플러스와 GS프레시몰은 네이버를 통해 상품 판매에 돌입했다. 두 곳 모두 자체몰(온라인)에서 판매하는 모든 상품을 네이버 장보기에서도 똑같이 판매하고 자체 서비스 역시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다.
해당 유통 업체들이 네이버에 기대하는 것은 시너지의 극대화다. 자사몰 인지도 상승과 함께 온라인 고객 유입에 따른 추가 매출을 올리겠다는 것이다. 홈플러스는 제휴 첫해 연간 160만명의 온라인 고객을 모으고 10%의 추가 매출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네이버에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홈플러스 몰에 가입하지 않아도 네이버를 통해 상품을 살 수 있게 되는 것”이라며 “온라인 고객과 매출 확대, 홈플러스 인지도 확대 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홈플러스와 GS프레시몰 외에도 다른 대형 유통업체 몇 곳도 네이버 장보기 서비스 입점을 고려하고 중인 상태로 알려졌다.
반대로 온라인몰의 네이버 종속을 우려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추후 상황에 따라 고객 데이터와 판매 수수료를 두고 마찰이 생길 수 있는 여지도 다분하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네이버 장보기 서비스의 사업성이 증명되면 다들 울며 겨자먹기로 네이버 입점을 추진해야 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네이버가 독과점적 지위를 남용 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아직까진 네이버 장보기 서비스의 파급력이 크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신선식품 장보기는 최저가보다는 한 곳에서 함께 배송해주는 묶음 배송이 중요하고, 업체별 상품 구색 등 특성이 있는 만큼 소비자가 쉽게 다른 곳으로 옮기지 않는다는 이유 등에서다. 이외에도 참여한 업체들의 유통망은 있지만, 혹여 이들과 결별할 경우 자체 배송망이 없다는 것도 단점으로 지적된다.
그럼에도 네이버의 기세는 무섭다. 최근 애플리케이션 분석 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해 가장 많은 결제가 이뤄진 온라인 쇼핑 서비스는 네이버인 것으로 확인됐다. 결제금액 만 20조9200억원으로 각 17조원 규모인 쿠팡과 이베이코리아를 넘어섰다. 또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네이버 장보기 서비스 입점 계획이 없다”면서도 “추후 상황을 좀 더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전진 쿠키뉴스 기자 ist107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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