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가 아무래도 길어질 모양이다. 우리나라는 그나마 괜찮은가 싶었는데 결국 대유행 위기가 시작되고 말았다. 2020년 한 해는 그렇게 고스란히 바이러스에게 잡아먹히게 되나 싶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감염만이 아니라 정신건강의 위기를 경고하는 목소리도 본격적으로 나오고 있다. 어른들도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아이들은 어떨까.
미국 주간지 ‘타임’은 이달 초 코로나가 어린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진단한 기사에서 “전염병과 격리로 인한 스트레스에 면역이 되는 사람은 없다”면서 “특히 어린이는 위험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고 보면 아이들의 삶이야말로 코로나 시대에 획기적으로 변했다. 학교에 못 가고, 수업은 온라인으로 한다. 친구들을 만나지 못하고, 야외 놀이도 자유롭지 않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대폭 늘었는데 그 많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모른다. 아이들의 일상을 구성하는 공부, 놀이, 친구 등이 모두 갑자기 변해버렸다.
사람들을 무서워하고 강박적으로 마스크를 쓰는 아이들, 엄마가 기침만 해도 “괜찮아? 괜찮아?” 물으며 울음을 터트리는 아이들, 유튜브와 게임을 오가며 긴 하루를 보내는 아이들을 보면서 코로나 시대가 아이들의 마음에 드리우는 어떤 그늘이나 상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아이들은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없고, 자기감정을 말로 표현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울지 않는다고 해서 괜찮은 건 아닌지 모른다.
지난 23일 일본 아사히신문은 ‘작문과 교육’이라는 잡지에 실린, ‘코로나의 일상’이라는 제목으로 쓴 초등학생들의 글을 소개했다. 한 6학년생은 “아침 8시에 일어나 공부하고, 오후부터 멍하니 있습니다”라고 썼다. 다른 학생은 “집에 있는데 친구한테 축구하자는 전화가 와서 너무 기뻤다”는 얘기를 들려줬다. 한 교사는 담임하는 반 학생의 말을 소개했다. “선생님, 배가 고프면 어떻게 하면 좋은지 알아요? 자는 게 좋아요. 그러면 배고픈 게 잊혀요.”
코로나 시대에 아이들은 다양한 위기에 봉착해 있는 것 같다. 학습 격차, 가정폭력 증가, 돌봄 공백, 식사와 영양의 위기, 게임 과몰입 등등. 놀이운동가인 편해문씨는 아이들의 놀이 위기를 걱정한다. 그는 “코로나19는 어린이를 극도로 고립시켜 놀이와 친구와 우정과 관계를 가차 없이 무너뜨린다”면서 “지금 어린이 곁에 놀이의 향기와 흔적이 없다면 이 시절은 시간이 흘러 어린이에게 뚜렷한 내상으로 아로새겨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아이와 함께할 일을 찾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코로나 사태 장기화에 대비하면서 아이들의 생활과 마음을 점검해볼 때다. 학교, 학원, 부모, 친구, 이웃 등 그동안 자녀를 키우며 의존해왔던 안전망에도 모두 구멍이 생겼다. 지금 아이들의 마음에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미국 뉴욕타임스는 코로나 이후 아동 정신건강에 대한 기사를 꾸준히 보도하고 있다. 이 기사들에서 전문가들은 부모들에게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눌 것을 권한다. “부모는 아이들의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도와야 한다” “부모는 자녀에게 기분이나 정신 건강에 대해 물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글을 써보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겠다.
“아이들의 수면, 운동, 영양을 챙겨라. 아이들이 스스로 스트레스를 통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아이들을 친구 및 가족과 연결하도록 부모가 도와라. 이는 화상 채팅, 전화 통화, 편지 쓰기 등을 통해 가능하다” “놀이와 위생을 위한 시간을 만들고, 안전하게 신체 활동을 할 수 있는 일과를 만들고, 이를 고수하도록 해라” 같은 조언도 유용해 보인다.
김남중 국제부장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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