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17일(현지시간)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추가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미국의 기술이 들어간 반도체 칩을 화웨이가 확보하는 길을 막아버림으로써 화웨이가 반도체를 조달할 방법이 사실상 사라졌다는 분석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이날 전 세계 21개국의 38개 화웨이 계열사를 거래 제한 블랙리스트에 추가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해 5월 화웨이가 미국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이후 제재 대상에 오른 화웨이 계열사는 152개로 늘어났다.
이번 조치는 미 상무부가 지난 5월 발표한 화웨이 제재안을 더욱 확대하는 것으로 이들 회사가 제품이나 부품에 사용되는 미국 기반의 기술이나 소프트웨어를 취득하는 것을 차단한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이를 통해 화웨이가 규제를 피해 미국의 소프트웨어나 기술을 이용해 개발하거나 생산한 반도체 칩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목적이다.
상무부는 또 화웨이 장비 사용업체와 통신업체 등에 발급한 임시 면허를 연장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새 규정은 이와 함께 거래 제한 목록에 오른 회사가 구매자나 중간 수취인, 최종 수취인, 최종 사용자 등의 역할을 할 때 면허를 취득하도록 요구했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화웨이와 계열사들은 제3의 회사를 경유해 우리의 제재를 회피하고 미국의 기술을 이용함으로써 국가안보와 외교정책 이익을 훼손했다”면서 “우리의 다면적 조치는 화웨이가 그렇게 하는 것을 지속해서 막으려는 헌신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웨이 추가 제재는 지난해 5월부터 15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미·중 간 ‘IT 전쟁’의 연장선이다. 그동안 화웨이 퇴출을 주장해 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그들이 우리를 염탐하기 때문에 우리는 미국에서 그들의 장비를 원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조치는 중국과 중국 기술업계를 겨냥한 것”이라면서 “이런 식의 대규모 제재 확대 조치는 예견된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몇 주간 언급해 온 중국 IT기업 ‘틱톡’과 ‘위챗’에 대한 금융거래 제한 방침이 그 전조였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이번 제재가 미국 반도체 업계에도 독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대중국 반도체 수출은 미국에 막대한 수익을 안겨줬다”면서 “추가 제재 조치로 미국 반도체 업계가 수십억 달러 규모의 수출액 감소 위기에 처해 있다”고 전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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