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을 찾아온 것만으로도 답답했던 속이 뚫리는 기분입니다.”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2020시즌 프로야구 정규리그(KBO리그) 경기 관중 입장을 시작한 26일 오후 3시 서울 송파구 잠실구장. 두산 유니폼을 입고 대기하던 대학생 홍모(19)씨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홍씨는 지난 25일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인터넷 예매로 입장권을 구입해 올해 처음 잠실구장에 입장한 2424명의 관객 중 하나다. 홍씨는 “야구장 입장만을 기다렸다. 소수의 관객이 조용하게 응원해야 하지만, 야구장을 찾아올 수 있는 것만으로 즐겁다”고 말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24일 문화체육관광부의 관중석 개방 승인에 따라 이날부터 경기장마다 수용인원의 10% 규모로 관객을 유치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선언된 지난 3월 12일로부터 136일 만이자 개막일인 어린이날(5월 5일) 이후 82일 만에 관객을 맞았다. 올 시즌 프로스포츠 첫 ‘관객맞이’이기도 하다.
프로축구 K리그는 오는 8월 1일에 관중석을 개방할 예정이다. 야구 축구와 다르게 갤러리가 선수를 따라다니는 방식으로 관전이 이뤄지는 프로골프의 경우 관객의 경기장 입장 시기가 확정되지 않았다.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관계자는 “무관중 해제 시점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관중석을 개방한 수도권 경기장 3곳에 모두 5973명의 관객이 몰렸다. 잠실구장에 2424석, 키움 히어로즈 홈구장인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 1742석, KT 위즈의 안방인 경기도 수원 KT위즈파크에 1807석이 들어찼다.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는 각 지방자치단체의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기조에 따라 무관중 경기를 진행했다.
잠실·고척의 입장권은 인터넷 예매 당일에 모두 팔려 나갔다. 특히 두산과 LG의 잠실 라이벌매치 입장권이 예매 시작 40분 만에 매진돼 열기를 실감케 했다.
잠실구장 관객 상당수는 가족, 친구, 연인 단위였지만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한 채 한 칸씩 떨어져 앉아 경기를 관전했다. 지정석에 앉은 아버지와 아들은 좌석 사이에 걸어둔 선수의 유니폼으로, 연인은 음료를 사이에 두고 나눠 마시며 서로의 간격을 벌렸다. 좌석을 떨어뜨리지 않고 나란히 앉은 관객도 일부 목격됐으나 이들 대부분은 어린 자녀와 동행한 가족이었다. 정운찬 KBO 총재도 관중석에서 경기를 관전했다.
친구 2명과 함께 LG 유니폼을 입고 3루 내야석에 앉은 직장인 김모(28)씨는 “인터넷 예매의 경쟁률이 치열해 경기장 방문이 쉽지 않고 방역을 위한 절차도 복잡하지만, 모두 일상으로 돌아가 야구장 관중석을 가득 채울 때까지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침착했던 잠실구장 관중은 오후 5시에 경기가 시작되자 일제히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질렀다. 홈팀 두산은 틈틈이 전광판에 구호 열창 자제를 안내했지만, 환호성과 응원가는 경기 내내 이어졌다. KBO는 비말을 분출하는 응원을 금지하고 있다. 첫 관중석 개방은 방역 긴장감 유지의 과제를 남겼다.
LG는 두산을 4대 3으로 꺾었다. LG 포수 유강남은 1-2로 뒤처진 7회초 1사 1·3루 때 주자를 싹쓸이한 2타점 적시타를 친 뒤 후속타자 정주현의 3루타 때 홈을 밟아 역전승을 이끌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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