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 손잡이가 우리 성도 손이다 생각하고 살며시 잡고는 잠깐이나마 기도하면 그게 심방이고 예배지요.”(박금서 전북 진안 평장교회 목사)
“코로나는 다른 세상 얘기다 싶을 정도로 청정지역인데도 어르신들이 다른 데는 다 가셔도 교회는 못 오시더라고요. 외지에 나간 자녀들이 전화로 안부 물으며 딱 두 마디 한대요. ‘끼니 거르지 말라’는 얘기랑 ‘교회 가지 말라’는 얘기. 그럴 때마다 맘이 짠합니다.”(진용섭 전남 고흥 신평교회 목사)
지난 13일 오전 9시. 제주국제공항 입국장에 삼삼오오 앉은 이들이 나누는 대화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가져온 농어촌교회의 변화상이 담겨 있었다. 태어나 처음 비행기를 타봤다는 정영란(49) 신평교회 사모는 “코로나19 감염자가 급증하고 있을 때 우체국 앞에서 2시간 줄 서서 구입한 마스크를 도시에 사는 자녀들에게 보내주며 ‘난 괜찮으니 건강 잘 챙겨라’고 얘기하는 게 농어촌 부모들의 마음”이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우리 교회는 평균 연령 75세를 훌쩍 넘는 어르신 10명이 채 안 되는 사역 현장이지만 그런 성도들을 내 부모처럼 신앙 안에서 잘 보듬을 수 있게 얼른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30여분 후 한 무리의 사람들이 버스 4대를 나눠 타고 용두암으로 향했다. 이들은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총회장 김종준 목사) 농어촌교역자 부부수양회 참석을 위해 전국 각 지역에서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목사와 사모들이다. 2박 3일간 진행된 수양회는 교단이 농어촌에서 사역하며 수고하는 교역자들을 격려하고 영적 동력을 불어넣어 주는 대표적 행사다. 2002년 시작돼 19년째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매년 120~150명의 목회자와 사모를 초청해왔다.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수양회가 두 차례나 연기되는 부침을 겪었지만, 참가 인원을 90여명으로 줄이고 철저하게 방역을 준비하며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참석자 전원을 대상으로 매일 오전 문진표를 작성해 신체 발열 및 건강 이상 징후를 확인하고 조를 나눠 수시로 체온을 확인했다. 저녁과 새벽 특강 때는 1m 이상 거리를 둔 채 얼굴엔 비말감염을 차단하는 ‘페이스 실드’를 착용했다.
내년이면 40년 목회를 마감하는 박금서(69) 목사는 은퇴 전 사모와 함께 떠나는 마지막 여행길이었다. 박 목사는 “그동안 부흥도 낙망도 겪었지만, 모든 게 은혜였다. 목회의 동반자와 함께 제주에 올 수 있게 해준 총회에 감사하다”며 여러 차례 무릎 수술을 받아 거동이 불편한 아내의 손을 꼭 잡고 걸었다. 아내 서병금(69) 사모는 “코로나는 잘 몰라도 성도들이 귀하다는 건 더 절실히 알게 된 한 해를 보내고 있다”며 “수양회를 마치고 돌아가면 더 따뜻하게 성도들을 위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참가자들은 현무암 테마파크, 성읍민속마을, 대한민국 최남단 마라도 등을 탐방하며 재충전 시간을 가졌다. 예장합동 농어촌부 총무 최동식 목사는 “오직 복음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농어촌교회 목사와 사모들이 있기에 한국교회의 모판이 여전히 살아 숨 쉬는 것”이라며 “열악한 사역환경 가운데서도 동역하는 교회와 공동체가 있음을 기억하고 의의 푯대를 향해 일어서 달라”고 전했다.
제주=글·사진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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