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이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민간보험 위주의 미국과 대표적 사회보험으로써 건보를 적용하고 있는 우리나라. 두 나라가 확진환자를 치료하고 내민 영수증에는 그 차이가 확연히 드러났다.
최근 미국 시애틀병원이 코로나19에 감염돼 치료를 받은 중증환자에게 112만2501달러, 우리 돈 13억5040만원의 치료비를 청구해 공분을 샀다. 이 ‘천문학적인’ 비용은 신종 감염병 대유행의 재난 상황에서도 미국에서 치료를 받는 행위가 얼마나 값비싼 것인지를 보여준다.
만약 이 환자가 우리나라에서 치료를 받았다면 어땠을까. 상급종합병원에서 중증환자의 하루 진료비는 65만원이다. 상급종합병원 음압격리병실에서 검사, 투약, 영상 및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부분체외순환(ECMO) 등의 치료를 받고 77.4일 동안 입원했다면 치료비용은 7000만원 가량이다. 이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당시 중증환자의 평균 입원일수인 77.4일을 대입한 것으로, 코로나19 확진자의 통상 입원기간이 20일임을 감안하면 치료비는 더 낮아진다. 이뿐 아니다. 건보 부담에 따라 환자의 자부담 비율은 더 줄어든다. 실제로 확진자가 대거 발생했던 대구 경북의 진료비는를 1500명 환자를 가정해보자. 총 진료비 190억 원. 이 가운데 건강보험공단 부담금은 152억 원으로 추정됐다. 때문에 전 세계 교민들 중에서 우리나라의 뛰어나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의료서비스를 받기 위해 한국행을 희망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
관련해 만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KBS·시사IN·서울대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한 ‘코로나 이후 한국사회 인식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87.7%가 국민건강보험에 대해 ‘신뢰한다’고 응답했다. 또 응답자의 절반은 ‘코로나 이후 건강보험을 신뢰하게 됐다’고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건강보험에 대한 국민여론은 매우 긍정적이지만, 건보 재정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유인즉슨 올해 추진해야 하는 정부의 보장성 강화대책 일명 ‘문재인 케어’ 등을 위한 예산은 정해져 있는데, 코로나19라는 대형 재난 상황이 장기화 되면서 이중부담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위원장은 “보험료 인상을 통한 재정 확보가 정공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오 위원장은 “코로나19 때문에 환자들의 병원 출입이 줄었다보니 의료기관은 경영이 어려워졌다”며 “코로나19 환자가 많이 발생하면 치료와 관련 방역 지원 활동 등에 건보 재정의 추가 지출요인이 발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여름철에도 코로나19가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65세 이상 어르신들은 온열질환과 코로나19의 이중고에 처할 상황. 오 위원장은 “건강 취약 계층의 돌봄에 문제가 발생하게 되며, 결국 이들의 치료에 건보 부담분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경영계가 내년도 보험료율의 동결이나 인하를 요구한 것과 관련해 오 위원장은 “경영계는 동결을 원하겠지만, 보장성 확대 추진 등을 위해서는 국민들의 부담능력, 건보 지출 확대를 고려한 인상으로 가야한다”면서 “보험료율 인상폭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양균 쿠키뉴스 기자 angel@kukinews.com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