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가 지긋지긋한 연패를 끊었다. 강우로 이틀에 걸쳐 진행된 두산 베어스와 서스펜디드게임에서 총력전을 펼쳐 19경기 만에 승리했다. 출범 39년째를 맞이한 프로야구 사상 최다 연패는 올 시즌의 한화와 1985시즌의 삼미 슈퍼스타즈가 기록한 18연패 타이기록에서 멈춰 섰다. 한화는 연패를 끊은 기세로 2연승을 질주했다. 코칭스태프부터 선수단까지 수차례 물갈이된 혼란을 수습하고 탈꼴찌를 위한 잰걸음을 시작했다.
한화는 14일 오후 2시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3-4로 뒤처진 3회말 무사 무주자 공격으로 재개된 두산과 홈 2차전에서 추격과 역전을 거듭한 끝에 7대 6으로 역전승했다. 지난달 23일 경남 창원 NC파크에서 NC 다이노스에 0대 3으로 패배한 뒤부터 3주를 넘겨 19경기 만에 승리를 수확했다. 여전히 승률 2할대에 머물러 있는 한화의 순위는 최하위다. 하지만 이 승리로 프로야구 사상 단독 최다인 19연패를 당할 위기에서 벗어났다.
프로 20년차의 김태균은 올 시즌 첫 홈런을 때려 모처럼 ‘클러치 히터’의 면모를 보여 줬다. 리드오프인 주장 이용규는 출루할 때마다 전력으로 질주했다. 베테랑 투수 정우람은 평소 투구 수보다 10개 이상 많은 36개의 공을 던져 승리를 이끌었다. 신구의 조화를 이루지 못했던 한화 선수단이 모처럼 일치된 힘으로 탈연패를 합작했다.
한화의 운명은 당초 지난 13일에 결정될 예정이었다. 이 경기는 3회말 무사에서 한화 2번 타자 정은원의 타석 때 우천 중단됐다. 심판진은 비가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서스펜디드게임을 선언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38일을 연기하고 지난달 5일에야 개막한 올 시즌 정규리그의 촉박한 일정을 감안해 경기 무효보다 일시 중단을 택하고 있다. 서스펜디드게임은 올 시즌 처음이다.
한화는 탈연패를 위해 모든 힘을 쏟았다. 김태균이 먼저 해결사로 나섰다. 김태균은 전날 펼쳐진 1회말 1사 1루 때 두산 선발 유희관을 상대로 좌월 투런 홈런을 때렸다. 0-2로 뒤처진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린 김태균의 올 시즌 1호 홈런이다.
한화는 이날 3회말 공격으로 재개된 경기에서 6회까지 두산과 1점을 주고받고 4-5로 추격했다. 이후 주장 이용규가 투혼을 발휘했다. 이용규는 7회말 1사 1루에서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한 뒤 후속타자 정은원의 우중간 2루타 때 전력으로 홈까지 질주했다. 이용규의 홈인까지 2점을 뽑은 한화는 6-5로 승부를 뒤집었다.
8회초 등판한 정우람은 동점을 허용했지만, 9회초까지 2이닝을 3피안타 1볼넷 1실점으로 막았다. 무승부로 끝나면 한화의 연패가 이어질 상황. 하지만 한화는 9회말 아웃카운트 1개를 남기고 기어이 승부를 갈랐다. 한화 5번 타자 노태형은 2사 2·3루에서 끝내기 좌전 적시타를 쳤다. 3루 주자 이용규가 홈을 밟은 순간, 한화의 연패가 끝났다.
최원호 한화 감독대행은 연패를 끊은 뒤 중계방송사 인터뷰에서 “한용덕 전 감독이 많이 고생하셨다. 시즌 중 사임해 팀의 일원으로서 송구스럽다”며 “연패를 끊은 만큼 좋은 경기를 계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화는 오후 5시에 이어진 두산과 3차전에서 3대 2로 이겼다. 2연승으로 시즌 9승(27패)을 수확했다. 한화 외국인 타자 제러드 호잉은 2-0으로 앞선 5회말 2사 만루 때 밀어내기 볼넷으로 모처럼 결승 타점을 뽑았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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