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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눈치 안 보는 로봇 애널리스트 매수 추천 수익률 인간의 최대 ‘5배’

로봇 6.4∼6.9%·인간 1.2∼1.7%… 상황 바뀔 때마다 발 빠르게 반영


최근 금융감독원이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올 1~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하락장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권사들이 낸 기업분석 보고서는 ‘매수 일색’이다. 국내 증권사 32곳 중 30곳은 보고서의 투자의견을 ‘매도’로 제시한 경우가 한 건도 없었다.

이처럼 주식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든 말든 증권사들이 ‘매수 일색’ 추천 관행을 좀처럼 고치지 않는 이면엔 분석 대상 기업체가 기업공개(IPO), 투자은행(IB) 업무, 신용공여를 위한 고객으로 부정적인 내용을 보고서에 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 작용하고 있다. 부정적인 보고서를 냈다가 애널리스트들의 기업방문 행사 시 문전박대 당하는 등 왕따로 전락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증권사 애널들의 이 같은 이해상충을 둘러싼 문제점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미국도 비슷하게 겪는 문제임은 분명해 보인다.

미국 인디애나주립대학은 최근 로봇과 사람 애널의 종목 추천 및 기업분석 성과를 비교하는 흥미로운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4일(현지시간) 소개했다. 이 보고서는 핀테크 또는 인공지능(AI) 시대에 로봇 애널의 장점을 인간 애널과 하모니를 이뤄 개인투자자들에게 더 많은 투자 이익이 돌아가도록 하는 게 주 목적으로 기업의 눈치를 보고 있는 국내 증권사들도 눈여겨 볼 만한 내용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2003~2018년 7개 로봇 애널 회사들이 발표한 7만6000여개 종목 리포트와 인간 애널의 리포트 성과를 비교했는데, 로봇 애널이 인간 애널보다 투자자들에게 훨씬 좋은 실적을 안겨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간 애널의 매수 추천은 47%로 로봇의 매수 추천 비율 32%를 압도한다. 반대로 매도 추천은 로봇이 24%로 인간 애널(6%)보다 훨씬 많다. 그럼에도 로봇의 ‘매수 추천’ 포트폴리오가 연간 6.4~6.9% 정도의 수익률이 예상된 데 비해 인간 애널의 예상 성과는 1.2~1.7%에 그쳤다.

연구팀은 그 이유로 인간 애널들은 자신들의 기존 매수 추천을 수정하는 데 뭉기적거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아무래도 추천하는 회사와의 관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인간 자체의 행동편향 또는 낙관편향 성향도 작용하고 있다.

반면 주관에 휘둘리지 않는 로봇은 상황이 바뀔 때마다 이를 수시로 수정, 분석 보고서에 반영하는데 그 비율이 인간 애널보다 187%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로봇은 인간에 비해 해당 종목에 대해 덜 낙관적인 견해를 갖고 있어 상대적으로 매수 추천에는 인색할 수밖에 없다. 반면, 균형된 매수-매도-보유 비율로 개인투자자들에게 더 좋은 성과를 유도할 수 있다. 또 인간 애널은 기업들의 실적 시즌 위주로 추천 보고서를 작성하는 반면에 로봇은 증권거래소 등 금융 당국 제출 보고서 등 더 다양한 서류를 종합적으로 분석해내고 있다는 점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하지만 인간 애널들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예를 들어 콘퍼런스 콜이나 경영진과의 토론 등을 통해 얻게 되는 정보 등 이른바 소프트 인포메이션은 로봇이 아닌 인간 패널이 분석해낼 수 있는 분야다. 또 산더미처럼 쌓인 자료를 분석하는데 로봇이 나을지 몰라도 한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데 도움을 주는 통찰력에서는 사람이 낫다는 것이다.

이동훈 금융전문기자 d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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