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역에 코로나19 긴급사태가 내려진 와중에 수도 도쿄에서 원인 불명의 ‘깜깜이 감염’이 확산되고 있다. 도쿄도의 한 병원이 희망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항체 검사를 했더니 약 6%가 양성으로 나타났다. 공식 집계에 잡히지 않은 감염자가 많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30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도쿄의 누적 확진자 중 2376명은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도쿄의 총 누적 확진자가 3836명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61.9%의 감염 경로가 밝혀지지 않은 셈이다.
일본 당국이 감염 경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이유는 주로 확진자의 진술에 의존해 역학조사를 진행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보건소는 확진자로부터 방문한 장소와 만난 사람 등을 듣고 감염 경로를 파악하는데, 자세한 진술을 꺼리는 환자가 많은 상황이다. 특히 일본 전역에 긴급사태가 선포되기 전 도심 번화가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방문 업체나 동행자 신원을 함구하는 사례가 많았다.
도쿄 오타구 보건소의 담당자는 “일하는 곳이 있어도 무직이라고 얘기하면 더 이상 추적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도쿄에서 병원을 운영 중인 내과 의사 구스미 에이지가 남성 123명, 여성 79명 등 총 202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항체 검사를 실시한 결과 5.9%에 해당하는 12명이 양성 판정(항체를 가지고 있는 상태)을 받았다는 보도도 나왔다. 항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코로나19에 감염된 적이 있다는 의미다.
검사자 202명 중 최근 한 달 내 발열 증상을 보였던 이들은 52명, 동거인이 코로나19 확진자인 사람은 2명이었다.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은 이들은 9명이었고 그 가운데 1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구스미는 검사 결과와 관련해 도쿄신문에 “현행 PCR 검사로 판명되는 감염자보다 훨씬 많은 이들이 감염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라며 “확실하게 코로나19가 만연한 상태라고 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긴급사태 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 NHK방송 등은 아베 신조 총리가 이날 자민당 2인자인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 등을 만나 긴급사태 연장 방침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언론들은 1개월 연장을 예상하고 있다. 오는 6일로 예정됐던 종료 시점은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일본 전역 47개 광역자치단체에 내려졌던 긴급사태가 일률적으로 연장될 것인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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