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 전체기사

[사설-민심 읽고 정치 개혁을 ③] 나라 두 동강 내는 진보의 폭주는 안 된다

협치와 의회정치 복원 반드시 필요
벌써 어른거리는 분열 정치의 그림자
2004년 열린당의 전철 밟지 말아야


4·15 총선이 끝난 뒤 여권 내부에서 자만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총선 다음날 “기쁨에 앞서 막중한 책임을 온몸으로 느낀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도 “지금은 더 정신을 바짝 차릴 때”라면서 “국회다운 국회, 국민을 통합하는 국회를 만들 책임이 온전히 민주당에 있음을 마음에 새긴다”고 밝혔다.

여당발 자숙의 소리는 성숙한 판단이다. 이번 총선 결과는 여권이 잘해서라기보다 야당이 더 못한 때문이라는 평가가 설득력 있다. 여당이 지역구 선거에서 압승했지만 정당투표에선 야당에 뒤졌다. 유권자들은 비전 없이 정쟁만 반복하는 야당에 등을 돌렸지만, 자기 지지층만 바라보고 정쟁을 자초한 여권에 공감한 것도 아니라는 지적을 새겨들어야 한다.

국회 운영에서 압도적 권한을 부여받은 여당이 걸어야 할 길은 독주가 아니라 야당과의 협치, 의회정치의 복원이다. 개헌을 제외하고 단독으로 의안을 처리할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힘으로 밀어붙이는 일이 다반사가 되면 국민이 외면하게 된다. 민생이든 개혁이든 야당과의 소통, 대화를 통한 설득이 우선이다. 진보가 폭주하는 국정, 극단의 정치는 안 된다. 소아병적 개혁만능주의로 국론 분열을 자초하거나 야당을 궁지로 몰아넣지 말아야 한다. ‘내로남불’식 판단을 그만두고 국민 통합을 최우선해야 한다. 이런 지난한 과정을 통해 국회 기능을 복원하고 국민이 정치에 다시 희망을 걸 수 있도록 하는 건 여당이 계속 국민의 신뢰를 받는 길이기도 하다.

이해찬 대표가 17일 선대위 해단식에서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이 겪었던 부침을 언급하며 오만을 경계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2004년 총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과반 의석을 차지한 열린당은 국가보안법 폐지 등 이른바 4대 개혁입법을 밀어붙이며 여야 갈등을 촉발했다가 지지율이 추락했기 때문이다. 결국 2007년 대선에서 큰 표 차로 정권을 내줬고 다음 총선에서도 참패했다.

하지만 벌써부터 일방적인 국정운영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사퇴 압력이 가시화하고 있고, 국가보안법 철폐 주장도 대두되고 있다. 여당에서 꼬리를 끊었지만 우려가 불식되지 않고 있다. 유권자들이 총선에서 여권에 힘을 실어준 것은 조국 사태처럼 나라를 두 동강 내도 좋다는 게 아니다. 코로나19 사태에서 시민들을 결집해낸 리더십을 지지한 것이고, 향후 경제 회복에 매진하라는 명령을 내린 것으로 봐야 한다. 여권이 독주의 길을 걷게 된다면 21대 총선 결과는 축배를 들 일이 아니라 독배가 될 수 있다.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