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5 총선에서 참패한 미래통합당은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황교안 대표는 서울 종로에서 패했을 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초라한 총선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황 대표는 15일 밤 “총선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고 모든 당직을 내려놓겠다”면서 사퇴 의사를 밝혔다. 통합당에선 총선 참패의 참상을 회복할 만한 리더를 찾기도 어려워졌다는 우려가 높아졌다.
황 대표는 이날 “모두 대표인 제 불찰”이라며 “모든 책임은 제가 짊어지고 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통합당은 수년간의 분열과 반목을 극복하고 산고 끝에 늦게나마 통합을 이뤘다”며 “그러나 화학적 결합을 할 시간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또 “지금 대한민국 정부에는 브레이크가 필요하다”며 “미래통합당에 기회를 주시길 바란다”고도 했다.
통합당은 당 최고위 해체와 비상대책위 전환 시나리오가 불가피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헌·당규에 따르면 황 대표 사퇴 후 심재철 원내대표가 당대표 직을 승계할 수 있다. 하지만 당 지도부가 총선 참패 책임을 지고 전원 사퇴하며 곧바로 비대위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
오는 7월로 예정된 전당대회 일정이 빨라질 가능성도 있다. 통합당은 당분간 지도부 공백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도서관 대강당에 마련된 통합당 개표상황실에서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통합당에선 공천배제된 후 무소속으로 출마해 기사회생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 대표와 김태호 전 경남지사가 목소리를 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잠룡급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나 나경원 의원의 향후 행보는 불투명해진 상태다. 오 전 시장은 서울 광진을에서 고민정 민주당 후보와 접전을 벌이며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나 의원은 서울 동작을에서 민주당 이수진 후보에게 밀렸다.
이번 총선에 불출마한 유승민 의원이 전면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 의원은 총선 패배의 직격탄을 맞은 중앙선대위에서 공식 직책을 맡지 않은 채 수도권 중심의 지원 유세에 집중했다. 유 의원은 통합당의 ‘긴급재난지원금 전국민 지급’ 방안에 대해 “악성 포퓰리즘”이라고 제동을 걸기도 했다. ‘세월호 텐트’ 막말 논란을 일으킨 차명진 후보에 대한 당의 뒤늦은 조치에는 “판단이 안이했다”고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다만 그가 지원했던 수도권 성적표 역시 처참한 수준이기 때문에 전면에 나설 명분이 없는 것 아니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총선 이후 리더십을 발휘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었다. 하지만 총선에서 참패한 김 위원장이 당을 추스르기는 어려워 보인다. 김 위원장은 투표 뒤 “통합당이 1당을 하는 데는 별 무리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내 임무는 다 끝났으니 더 이상 공식적인 자리엔 안 나타나려고 한다. 선거 이후에 당내 활동을 한다는 건 생각해 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김경택 김이현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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