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대 국회는 지난 4년간 여야의 극한 대치와 충돌로 최악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여야는 검찰 개혁 법안과 ‘선거의 룰’인 공직선거법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 동물국회를 재현했다. 각 정당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문제와 사법 개혁 이슈를 둘러싸고 편을 갈랐고, 힘의 논리를 앞세워 대립했다. 국회에서 대화와 타협이 사라진 사이 국민들도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서로 다른 광장으로 쏟아져 나왔다. 4년 전 투표일의 선택은 국민에게 이렇듯 정치가 실종된 역대 최악의 국회로 돌아왔다.
이제 다시 투표할 시간이다. 21대 국회에서 일할 300명을 뽑는 총선이 15일 실시된다. 투표는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전국 투표소 1만4330곳에서 할 수 있다.
이번 선거는 초유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치러진다. 국민의 뜻을 온전히 의석에 반영하고 다양한 정치세력의 진입을 위해 준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했지만 거대 양당이 비례 위성정당을 만들면서 도리어 양극화가 우려되는 선거 지형이 됐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14일 “코로나19로 유권자가 감수해야 할 코스트가 높아지고 선거제도가 중간층을 소외시키는 방식이 되면서 투표 행위에 타격을 입히는 상황이 됐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투표하기 어려워진 역설적인 현실은 유권자의 선택을 더 중요하게 만들었다. 코로나19 사태로 닥쳐올 경제위기를 수습할 권한을 누구에게 위임할지, 왜곡된 선거법 개정 등 정치 개혁 과제를 누구에게 맡길지 국민이 결정을 내려야 한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경실련 정치개혁위원장)는 “민주주의는 비록 최선이 아니더라도 차선, 안 되면 차악이라도 고려해 유권자가 의미있는 선택을 해야 정치가 나아지는 제도”라며 “국민들이 자기 의사를 표출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여야는 공식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이날 밤 12시까지 막판 표심을 잡기 위해 총력전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이번 총선은 코로나19 국난과 다가오는 경제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결정하는 선거”라며 “과연 누가 이 국난을 안정적이고 성공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지 판가름날 것”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미래통합당은 절대권력의 폭주를 막아 달라고 호소했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번에 통합당을 과반 정당으로 만들어주시면 경제 난국을 앞장서서 해결하겠다”며 “이번 선거는 나라가 살 수 있는 길로 돌아가는 마지막 출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입지가 좁아진 제3정당들도 마지막 호소를 내놨다. 민생당 손학규 상임선대위원장은 “호남 지역의 국민께서 오만한 문재인정부와 집권여당이 정신 차리라는 뜻으로 한 표를 달라”고 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국민의 힘으로 교섭단체라는 대반전을 만들어달라”고 호소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14일간 430㎞ 국토 종주를 한 뒤 서울 광화문광장에 도착해 “기득권 양당을 견제하는 합리적 균형자 역할을 해내겠다”고 말했다.
김나래 김경택 기자 nar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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