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 한 병, 손편지 한 장으로 플렉스(flex) 해버렸지 뭐예요. 하하.”
경산중앙교회 청년 진송씨는 지난 9일 통화에서 ‘코로나 블루(코로나19로 생긴 무기력증)’로 힘겨워하는 이웃들을 조금이나마 위로할 수 있어 감사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진씨는 코로나19 사태로 4년간 일한 아르바이트 자리를 그만뒀다. 그는 “상권이 무너져 일자리를 잃은 청년들이 부지기수”라며 “국가적 위기 상황이어서 고용주를 탓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우울함을 위로와 희망으로 덧입혀보자’는 움직임은 가족 같은 이들을 걱정하는 마음에서 움텄다. 같은 교회 김도일씨는 “기독교가 ‘믿는 자’들만 챙기는 집단이 아니라는 걸 섬김으로 보여줄 수 없을까 고민하다 가장 가까운 이웃부터 찾아가 보자고 한 게 시작이었다”고 설명했다.
교회 청년부 임원들을 중심으로 손님이 없어 폐업 위기에 몰린 캠퍼스 앞 분식집, 편의점 등을 찾아가 비타민음료, 커피를 건네며 위로했다. 반응은 생각 이상이었다. 진씨는 “학교를 오가며 자주 들렀던 식당 아주머니들이 음료 한 병, 힘내시라는 위로 한 마디에 눈물을 글썽이는 걸 보며 울컥했다”고 말했다.
이 소식이 교회 청년부 회원들에게 전해지면서 일이 더 커졌다. 청년들이 ‘이웃사랑 챌린지’란 이름으로 너도나도 음료를 사 들고 캠퍼스 인근 식당과 빵집, 직장 근처 밥집을 찾아갔다. 며칠 지나자 이번엔 코로나19로 수고하는 의료진과 격리 수용 중인 확진자들을 위로하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교회 청년부 페이스북에 공지를 띄우자 넉넉지 않은 형편인데도 십시일반 재정이 모였다. 청년들의 손편지엔 ‘여러분의 땀과 눈물을 잊지 않겠습니다’ ‘오늘 하루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등 감사와 위로의 메시지가 담겼다.
손편지 수거를 위한 일일 집배원과 제빵사도 등장했다. 편지가 준비됐다는 알림이 뜨면 차량 운행이 가능한 청년들이 직접 방문해 비접촉식으로 우편함에 보관해 둔 손편지를 찾아 제빵 작업실로 향했다. 작업실에선 빵과 음료, 손편지가 포장돼 이웃에게 전달될 채비를 마쳤다. 이렇게 마련된 꾸러미는 지역 내 선별진료소 의료진, 보건소 직원, 생활치료시설에 입원한 확진자 등에게 차례로 전달됐다.
진씨는 “빵과 편지를 받은 세명병원 의료진이 ‘심신이 지쳐갈 때 큰 위로가 됐다’는 감사편지를 보내주셔서 다들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작은 나눔과 봉사였지만, 우리가 받은 게 더 많은 것 같다”면서 “사랑의 온기가 바이러스보다 더 널리 확산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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