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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정치 바꾸는 유권자의 힘 ⑦] 지역주의 회귀… 유권자가 심판해야

거대 양당의 진보·보수 진영 극단적 대결에 지역 구도 더욱 더 공고해져
‘묻지마’ 투표 말고 본때 보여줘야


4·15 총선 선거운동이 가열되면서 지역주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 지역 구도는 그동안 각 정치 세력의 정치 생명 연장을 위해 악용돼왔다. 영호남을 중심으로 선거 과정에서 서로 이간질하고 반목하도록 함으로써 국민 분열을 조장했다. 군사독재 시절부터 고질적으로 계속되던 지역주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많은 정치인이 노력하고 유권자들이 호응하면서 다소 퇴색하는 양상을 보였다. 지난 총선에서는 지역 구도를 해소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분명히 보여줬다.

21대 총선에서는 진보·보수 진영의 극한 대결 속에 지역주의가 다시 공고해지는 양상이다. 거대 양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이를 교묘한 선거전략으로 활용하는 측면도 있다. 호남의 경우 4년 전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28석 가운데 23석을 차지하면서 과거 절대적 지지를 받았던 민주당을 견제했다. 통합당 전신인 새누리당도 2석을 확보해 민주당 텃밭을 무색하게 했다. 반면 이번에는 민주당이 1~3석을 빼고 싹쓸이할 기세다. 65석이 걸린 영남도 비슷한 상황이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부·울·경(부산·울산·경남) 10석, 대구·경북(TK) 2석을 확보했지만 현상 유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TK에서는 민주당이 전멸 위기다.

정치인들의 선동은 지역주의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황교안 통합당 대표는 지난달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정부의 대구 봉쇄 조치가 무안할 정도로 대구시민들 스스로 자발적 격리운동을 했다”고 밝혔다. 실제 그런 조치가 없었던 상황에서 지역주의를 노린 거짓 선동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고민정 서울 광진을 민주당 후보는 지난 3일 “충청도 출신 아버지와 전라도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며 지역주의를 암시하는 홍보 문자를 보내 논란이 됐다. 일부 지역에선 지역주의를 극복하거나 역이용하려는 선거전략까지 등장했다. 대구 수성갑 선거구에서 5선에 도전하는 민주당 김부겸 후보는 지난 2일 총선 출정식에서 대권 도전을 선언했다. 지역주의 정치를 청산하고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지해 달라는 것이다. 부산진갑에서 4선에 도전하는 민주당 김영춘 후보와 대구 수성을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홍준표 후보도 비슷한 이유를 들며 대권 선언 대열에 동참했다. 호남에서는 민생당과 무소속 후보들이 선거전략으로 엉뚱하게 ‘이낙연 대권론’을 주창하고 나섰다. ‘민주당의 우방’이라는 점을 내세워 표를 얻겠다는 속내다. 자칫 ‘묻지마’ 지역주의 투표가 이뤄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10일부터 이틀간 사전투표가 진행된다. 똑똑한 유권자들이 지역주의에 기대는 정치인들에게 본때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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