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 전체기사

[사설] 방위비 타결 호들갑은 아마추어 외교의 전형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이 다시 난항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한국발로 잠정타결 소식이 나온 뒤 미국이 두 차례나 이를 부인하는 입장을 냈다. 일각에선 협상이 장기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주한미군 기지 소속 한국인 근로자들은 이미 지난 1일부터 무급휴직에 들어간 상태다. 근로자들이 생계 위협에 몰린 상황에서 협상이 길어지는 것도 안타깝지만, 그 과정에서 마치 금방이라도 타결될 듯 호들갑을 떤 청와대와 정부도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잠정타결 소식은 한국 측 정은보 협상대사가 지난달 31일 협상이 막바지 단계에 와 있다고 밝힌 후 확산됐다. 보도가 나오자 청와대가 “진전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확인했고, 정부 관계자가 타결시점에 대해 “1일과 2일 한·미가 모두 깨어 있는 시간에 긴장하고 지켜보라”고 하면서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미 국무부 차관보가 잠정타결 소식을 부인한 데 이어 국무부 당국자도 한국특파원들에게 같은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이런 해프닝을 조롱하듯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은 2일 ‘김칫국 마시다’라는 한국 속담을 리트윗했다. 그동안 한국민을 무시해온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에 이어 미 장성까지 부적절한 때에 충분히 오해를 살 만한 글로 한국민의 감정을 상하게 한 것이다.

협상이 교착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반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협상 때도 수차례 실무 협상 결과를 퇴짜 놓았다. 여러 차례 ‘막판 뒤집기’ 경험을 했으면서도 이번에 정부가 성급하게 타결 가능성을 먼저 내비친 것은 아마추어 외교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앞으로 쫓기듯 협상해야 한다는 점에서 명백한 외교적 실수이기도 하다.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