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펜싱에 비상이 걸렸다. 국제대회를 치르고 귀국한 여자 에페 국가대표 선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서다. 세계 각지에서 국제대회에 참가하고 있는 선수단의 집단감염을 막기 위해 대한펜싱협회는 에페뿐 아니라 전체 세부 종목 선수들을 대상으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울산시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귀국한 만 25세 여성 A씨가 코로나19 33번째 확진자로 판정됐다고 18일 밝혔다. A씨가 국가대표 펜싱 선수로 확인된 후 보건 당국으로부터 소식을 전해 들은 협회는 대한체육회에 A씨의 코로나19 확진 사실을 보고했다.
협회에 따르면 A씨가 속한 여자 에페 대표팀은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여자 에페 그랑프리에 참가한 뒤 14일까지 훈련을 지속했다. 원래 중국 청두에서 20일 열릴 예정이던 월드컵의 개최지가 부다페스트로 변경될 것으로 예상돼 이 대회까지 참가하고 귀국할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제펜싱연맹(FIE)이 지난 13일 30일간 모든 펜싱대회를 연기하기로 발표해 대표팀은 14일 부다페스트를 떠나 다음 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협회는 귀국한 선수단을 진천선수촌이 아닌 자택으로 돌려보내 코로나19 검진을 받게 했다. 부다페스트에 체류 중이던 13일부터 경미한 인후통 증세를 보인 A씨도 자택이 있는 울산 중구로 돌아갔다. 17일 목이 따끔거리고 아파 울산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A씨는 결국 확진 판정을 받게 됐다.
협회는 A씨 확진 직후 곧바로 모든 선수를 대상으로 자가격리 조치를 취했다. 또한 코로나19 증상이 없더라도 의료기관을 방문해 검진을 받도록 했다. 울산시에 따르면 자택에서 부모, 오빠, 남동생 등 가족 5명과 함께 거주 중인 A씨는 현재는 무증상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가족들도 선별진료소를 찾아 모두 코로나19 검사를 마쳤다.
A씨 확진으로 A씨와 함께 부다페스트에서 훈련했던 선수·코치들의 감염 가능성도 우려된다. 남녀 에페 대표팀 총 20명의 선수·코치들은 같은 숙소를 쓰며 훈련을 함께하고 있었다. 지난 8일 룩셈부르크 월드컵 일정을 마치고 20일 월드컵에 참가하기 위해 부다페스트로 들어와 훈련하던 남자 사브르 대표팀 10명도 안심할 수 없긴 마찬가지다. 에페 대표팀과 다른 숙소를 쓰며 따로 훈련했지만 버스는 함께 썼기 때문이다. 결국 총 30명이 감염 가능성을 갖고 있는 상태다.
다행히 현재까지 검진을 마친 인원 중 양성 판정을 받은 사례는 추가되지 않았다. 발열 등 증상을 보이는 인원도 없다. 부다페스트에서 A씨와 함께 2인1실로 방을 쓴 동료 선수 B씨도 음성 판정을 받았다. 다만 잠복기까지 고려할 때 4주 정도 후에도 발병할 수 있어 협회는 계속 추이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협회 관계자는 “선수들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대회를 치를 수밖에 없어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한 상태”라며 “지난 15일 벨기에에서 귀국한 여자 사브르 대표팀과 16일 미국에서 돌아온 남녀 플레뢰 대표팀도 모두 검진을 받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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