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쌀가게를 한 아버지 덕에 물질적 어려움 없이 원하는 것은 다 하면서 자랐다. 대학 때도 학비나 용돈을 위한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고 편하게 지냈고 취업한 후에도 십일조를 낸 뒤 나머지는 내 뜻대로 쓰며 저축도 많이 했다. 어려서부터 교회에 다녀 예수님을 잘 믿는다고 생각한 나는 어느 날부터 하나님께 ‘다른 조건은 전혀 보지 않고 예수님을 잘 믿는 형제’면 된다고 배우자를 위해 기도하기 시작했고 일주일 만에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그런데 막상 결혼하니 생각보다 돈이 너무 많이 나갔다. 전혀 신경도 쓰지 않았던 관리비, 보험료, 가스비를 비롯한 각종 필수 경비로 저축을 할 수가 없었다. 그때부터 서서히 돈에 대한 염려가 시작됐다. 결국 아껴 쓰기밖에 답이 없다는 생각에 마트에 가서도 무조건 싼 것만 골랐고 외식도 거의 끊으며 임부복 몇 벌 외에는 옷도 사지 않았다. 체크카드 잔액을 확인할 때마다 염려는 더욱 커졌다. 춘천서 서울까지 가는 기름값이 아까워 친정에도 잘 가지 않았고 언니 가족이 여행을 가자고 해도 이런저런 핑계로 피하며 집과 직장만 오갔다. 돈에 대한 염려가 커진 데다 몸까지 아프기 시작해 과민성 장 장애로 고생도 했다. 낙심이 점점 깊어진 어느 날 교회 친구에게 사정을 털어 놓았는데 ‘한 가지 작은 생각에 붙들리면 나중에는 아무것도 못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
얼마 후 교회가 이전해 남편과 협의해서 건축헌금을 하기로 작정했다. 매달 얼마씩 몇 개월 헌금을 했는데 갑자기 그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는데 남편은 ‘하나님께 한 약속’이라고 했다. 순간 내 믿음의 실상이 그대로 보였다. 입술로는 ‘예수님이 나의 주인이십니다’고 외치면서 돈과 염려에 빠진 형편없는 모습에 놀라 바로 하나님께 엎드리기 시작했다. 목사님께서 ‘복음이면 모든 문제들이 다 해결된다’고 하셨지만 나는 어깨에 무거운 짐만 가득 지고 있었다. 그동안 예배에 잘 참석하고 십일조도 빠짐없이 드렸지만 내 마음의 주인은 예수님이 아니라 역시 나였다.
그 무렵 제왕절개로 둘째를 출산했다. 마취가 풀린 후 며칠 동안 심한 통증에 시달릴 때 예수님 제자들의 순교가 퍼뜩 떠올랐다. “좋은 의사에 수술도 잘 됐는데도 이렇게 아픈데 제자들의 순교의 고통은 어땠을까.” 거짓을 증언하다가 죽음을 당하는 것은 정말 불가능한 일이다. 제자들은 부활하신 예수님을 정말 보았음이 확실해졌다. 그들은 부활을 보았기 때문에 끔찍한 죽음을 당하면서도 부활을 증언한 것이다. 구약의 예언대로 부활하셔서 나의 주인이 돼 주셨는데도 그 예수님을 배척한 내 악한 중심이 적나라하게 보이자 바로 엎드려 회개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나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영원한 내 마음의 주인으로 모셨다.
그 길로 바로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주면서 복음을 전했고 성령의 강권적인 역사로 전체 아이들이 예수님을 영접하는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돈이 아까워 꺼렸던 분들을 하나하나 집으로 초대해 식사를 대접하면서 부활의 복음을 전하고 있다.
세상을 살다 보니 건강, 자식, 돈, 인간관계 등등 문제의 연속이다. 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정말 오직 주님뿐이다. 내가 주인 되어 내 힘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닌 나의 주인 되신 예수님만 붙들고 이 분만 의뢰하고 나갈 때만이 참 자유한 가운데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참된 자유를 주시는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김경혜 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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